동화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 마음이 뭘까?
동화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 마음이 뭘까?
  • 문호은 기자
  • 승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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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으로 올해‘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논픽션부문 대상 받은 김희경씨


3일(목) 인터뷰 후『마음의 집』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김희경씨

2월23일, 한 권의 동화책이 출판계를 놀라게 했다. 김희경(미술사학과 석사·07년졸)씨의 책『마음의 집』이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논픽션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한국 책이‘아동 출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라가치 상 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한국 책 다섯 권이 라가치상을 수상했지만 모두 우수상에 그쳤다.

라가치 상은 아동 도서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픽션, 논픽션, 뉴 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 등 4개 분야에 각 대상 1권과 우수상 2~3권을 선정해 주는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는 세계 45개국 약200개 출판사가 출품한 1천여 종의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소녀 같은 까만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씨는‘운이 좋았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라가치 상은 책의 내용, 디자인, 편집 등 전반적인 항목을 평가해 주는 상이에요.『마음의 집』 역시 글은 제가 썼지만 마지막 단계까지 일러스트레이터, 출판사 편집장, 디자이너, 인쇄소 아저씨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해 만들었죠. 좋은 분들을 만나게 돼 운이 좋았어요. 모두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변인 정도일까요.”

『마음의 집』은‘도대체 마음이 뭘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잘 안 보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만날 때 마음을 9할, 외모를 1할 정도 보면 좋겠는데, 겉모습이 먼저 보이니까 아무래도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게 되잖아요.”

마음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후로 그는 1년 넘게 자료조사에만 매달렸다. 일이 없을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논문, 외국 자료 등을 뒤적였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마음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김씨는‘주제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많이 생각한 후, 필요없는 부분을 모두 버리면 남는 게 바로 책’이라고 표현했다. 오랜 준비 끝에 머릿속에 정리된『마음의 집』을 종이에 옮겨적는 데는 3일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책에서‘마음’이‘집’과 같다고 표현했다. 마음을 나타내는 건축적 표현들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마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에‘열린다’,‘닫힌다’,‘무너진다’등 건축적 표현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음을 시각화하면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이미지가 될 것 같았고, 거기서‘집’이 나오게 됐다.

“마음을 표현하는 건축적 어휘들이 집을 표현하는 그것과 비슷했어요. 주제가 집이 된 후부턴 집의 구성요소를 꼼꼼히 분석해서 글에 담았죠.”

이 책을 더욱 특별해 보이게 하는 요소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들이다.『마음의 집』의 그림을 그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씨는 이미 30권이 넘는 그림책을 출간한 폴란드의 유명 작가다. 2007년에는 BIB 황금 사과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한국에서도 번역본과 합작을 합해 13권의 책을 냈다. 이보나 씨는 본인이 쓴 글에 그림을 그리는 글그림 작가이기에 김씨와의 합작의 의미가 더 크다.

김씨와 이보나 씨는 2008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전시기간에 함께 떠났던 기차여행을 계기로 손발을 맞추게 됐다.

“어린이 책 기획자이자 친구인 이지원씨의 소개로 이보나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요. 셋이서 파도바라는 작은 도시로 기차여행을 떠났는데, 파도바를 향해 달리는 기차 안에서 지원씨가『마음의 집』원고를 폴란드어로 선생님께 읽어 드렸죠.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이 글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제안하셨어요.”

『마음의 집』은 2009년 출간된『지도는 언제나 말을 해』이후 김씨의 두 번째 정식 작품이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책과 인연이 깊었다.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이었던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급 문집을 만들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본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생각하는 법과 논리적으로 글 쓰는 법을 배웠다. 졸업 후 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입학하기 전까지는‘미술세계’라는 잡지사에서 기자 일을 하기도 했다. 이후 시각장애 어린이용 점자책 출간 작업을 하면서 어린이문학에 발을 들이게 됐다.

최근 김씨는 프리랜서 기획자로서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획 일을 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동화를 쓰고 있다. 동화 쓰기를 시작하기 전인 2008년 볼로냐 도서전에 갔을 때는‘세상에 책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새롭게 쓸 이야기가 있을까’싶어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수많은 동화들 중 가장 빛나는 자신의 책을 안고 다시 도서전을 찾는다.

“28일(월) 시상식에 참석하러 볼로냐에 가요. 올해로 네 번째 가는 볼로냐지만, 수상자 자격으로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 떨립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계속되는 한 동화 쓰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마음의 집』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지만, 특유의 깊은 내용으로 어른들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던진다. 목표를 향해 바쁘게 살아가느라 홀로 무너져 가는 사람들에게 그는 속삭인다.

‘네 마음의 집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스러져 갈 때, 마음의 방에 혼자 있을 때, 창밖으로 비가 올 때라도 / 걱정하지 마. 이 세상에는 다른 마음들이 아주 많거든. / 그 마음들이 네 마음을 도와줄 거야. 언제나 너를 도와줄 거야.’

문호은 기자 he@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