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유학생 칼럼

“학생들이 질문이나 대답을 한 뒤에는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이들이 뭐라고 이야기했는지를 다시 한번 설명해주세요. 첫 수업에는 예외없이 이렇게 하는게 좋아요.”TA(teaching assistant) 실습 수업을 강의하는 콜린의 말이다.

예를 들면, 학생이 손을 들고 무어라 말했다면 반드시,“좋은 지적이었어요, 앤디. 그러니까 앤디는 매체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말이군요”라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단다. 한 시간 내내 파트너를 바꿔가며 이‘반응’을 연습했다. 

과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TA는 채점 외에도 일주일에 한번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을 토론하거나 그에 대한 연습문제를 푸는 랩(lab)을 전담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이런 수업을 맡기 위해 TA 실습 수업을 이수해야한다.

수업의 핵심은 교수법을 비롯한 영어 발음과 액센트 교정, 그리고 미국 학생들의 성향에 대한 문화교육이다. 학기 말에는 배운내용을 바탕으로 세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치뤄지는 모의강의 테스트(Micro-teaching)를 통해야 한다. 강의 내용에 대한 채점자의 질문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가가 평가의 주요요소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들이는 법,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방법 등이 이 실습 수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왜 학생들의 질문이나 대답을 꼭 되풀이 해서 말해줘야 할까. 미쳐 질문 내용을 듣지 못한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아니면 학생의 질문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모두 옳은 말이다. 하지만 콜린은 이런 과정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소한 내용이라도 강사가 이를 반복해서 이야기할 때,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되풀이 될만큼 의미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단다. 강사가 학생의 의견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를 존중한다는 인상이 첫 수업에서 전달돼야만 한 학기 내내 학생들과의 인터렉션이 원활할 수 있다는 게 콜린의 지론 이다. 좋은 지적이다(Good point), 훌륭하다 (Excellent) 와 같은 칭찬을 항상 덧붙이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중요하다.

콜린은 틀렸다(Wrong), 아니다(No)와 같은 표현을 쓰게 되면 학생들은 좀처럼 수업시간에 입을 열지 않을 거란다. 누구도 굳이 무안당할 일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 시간 내내‘좋은 지적이다. 너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구나’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이런 형식이 군더더기 레토릭 일 뿐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TA 실습 수업이, 단순히 옳고 그름을 규정하는 것보다 강사로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미국교육의 힘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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