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이 단어는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아는 용어다. 흔히‘오브제’라고 발음하는데 정확한 불어 발음은‘오브줴’다.

이 둘의 차이는 입술을 오므려 앞으로 내면서 발음하는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오브줴의 어원은 라틴어 야케레(jacere, 늘어지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동사에‘앞으로’라는 의미의 오브(ob-)를 붙이면‘앞으로 늘어지다’,‘앞으로 놓이다’라는 의미의 오브야케레(objacere)가 된다. 이 동사의 과거분사를 명사화한 것이 오브예크툼(objectum)이고, 17세기 이 단어로부터 불어 오브줴(objet)가 나왔다.

그렇다면‘마음 앞에 던져진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했을까? 그것은 대개 어떤 물건이었을 것이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객체로서 논의나 묘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미술사에서 오브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은 다다주의(Dadaisme)와 초현실주의(Surrealisme)라고 한다. 이 예술이론에 의하면, 오브줴는 상식적인 사물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 의미를 붙인 물체를 말한다. 돌, 조개껍질, 나무와 같은 자연물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용품까지 그 무엇이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제시한다.

늘 보아온 물체를 그 환경에서 분리함으로써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숨겨진 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 예술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초현실주의 기법에는 이런 오브줴(objet) 외에도 자동주의(automatisme), 문지르기(frottage), 전사(轉寫)하기(decalcomanie), 떼어내기(depaysement), 붙이기(collage) 등이 있다. 이 모든 단어가 불어인 것을 보면 프랑스가 미술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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