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에 가려진 아날로그적 가치들
디지털 문화에 가려진 아날로그적 가치들
  • 박일호 교수(조형예술학부)
  • 승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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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아우라(aura)란 말이 있다. 미술작품의 원본이 갖고 있는 영기(靈氣)적 성격을 말하는데, 아무리 가깝게 가더라도 먼 것과의 일회적인 만남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작품 원본 앞에서 갖게 되는 느낌과 분위기와 그 의미 등을 뜻한다 할 것이다.

그것들은 예술가가 고뇌의 과정을 통해 나타낸 것이기에 노력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으로‘아무리 가깝게 가더라도 먼 것’이란 말로 표현된다.

이 아우라란 말은 W. 벤야민이『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책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기계를 통해서 미술작품들이 대량 복제가 되면서 미술작품의 원본에서 가졌던 영기적인 성격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 현상을‘아우라의 상실’이란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런 현상을 한편으로는 애석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복제문화가 원본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보았다.‘아우라의 상실’이 갖고 있는 양면적 성격을 지적하고 있음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문화의 시대에 새삼스럽게 이 아우라란 말을 떠올리는 것은 미술작품의 영기적 성격처럼 복제되지 않는 아날로그적 매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어서이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디지털화되어 대량생산이나 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그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우려와 애석함도 헤아려 보자는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주는 매력과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지면서 보다 중요한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상실하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 보자는 것이다.

컴퓨터나 비디오를 이용한 미술작품을 미디어 아트라고 한다. 백남준의 작품이 등장한 이래로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려한 영상의 변화와 웅장한 음향들이 두드러진다. 시대에 걸맞게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예술 영역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차가움과 공허함 같은 것들이 남는다는 것도 지적된다. 지속되지 않고 순간적인 인상으로 그쳐버린다는 점에서 유화물감이나 돌과 청동이 주는 친밀감과 따뜻함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와 리비아를 거쳐 중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랜 독재 정권에 대한 환멸과 경제난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소통수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과연 빠른 속도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뭉치게 한 디지털 소통수단의 힘은 막강했다.

그러나 나는 그 힘만을 과신한다면, 보다 중요한 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새로운 통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다음 단계의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빠르지만 단편적인 정보가 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학생들이 강의와 리포트에서 책 보다는 인터넷 사이트에 더 의존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참고하고 싶은 내용이나 개념이 있으면, 책을 읽어가면서 찾아내기 보다는 컴퓨터를 열고 인터넷에서 해당항목을 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수고를 생략해주니 이 얼마나 편리한 방법인가? 점차 이 편리한 방법에 빠져들게 되면 더 책을 읽지 않게 되고, 책을 읽고 문맥을 짚어내는 작업이란 것이 더욱 낯설게 여겨질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 나는 인터넷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들이 단편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책 한 권의 체계 안에서 그 내용과 개념이 어떤 맥락의 의미를 갖고 있고, 다른 내용이나 개념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은 좀 느리긴 하지만 여러 가지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른바 통합, 통섭, 융복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이란 말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이다. 날로 복합화 되어가는 오늘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사고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빠르게 펼쳐지는 변화에 밀려다니지 말고, 느림의 미학을 생각해 보자고 말하기도 한다. 빠르고 손쉽고 편함 뒤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능력이 상실된다는 점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이지만 아날로그적인 사고와 감성도 같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