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과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
여성의 날과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
  • 안은나 사진부장
  • 승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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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화)은 3·8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거리행진에서 유래해 1911년부터 시작됐다. 세계 각국은 매년 이를 기념하여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국내에서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발표, 플래시몹, 허스토리 텔링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필자가 다녀온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Happy Women’s Day’플래시몹(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은 흥겨웠고 신이 났다. 아바(ABBA)의 댄싱퀸(Dancing Queen)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그 자유로움의 이면에는 아직도 풀어야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친필 편지로 추정되는 문서가 나오면서 여성 연예인 성접대가 화두에 올랐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묻힌 사건이었으나 편지가 발견되면서 2년 만에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편지의 진위가 어떻든 간에 이미 암암리에 알려진 여성 연예인 성접대 문제는 정확히 밝혀져야 하고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해줄 정부 기관인 여성가족부에서는 정작 이러한 이슈를 두고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지난 10일 한 네티즌은‘고 장자연 씨 사건 앞에 침묵하는 여성가족부 따위는 대한민국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여성가족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난 여론을 감지했는지 1인 시위 다음 날 여성가족부는‘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선 성접대를‘거래나 업무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거래나 업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성을 제공하거나 알선·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또한 3년마다 국내외 성매매 실태조사를 실시해 종합보고서를 발간하도록 명시했다.

10일자 동아일보에는‘50대 악마에 5년간 성폭행 당한 20대 여성의 지옥 같은 삶’이라는 제목의 내러티브 리포트가 실렸다. 오랜 세월 동안‘악마’인 박씨에게 시달려온 이씨는 두 가지 이유에서 신고를 하지 못했다

. 첫째, 성폭행을 당한 단짝 친구가 신고를 하자 범인이 진술을 거부해 징역 2년의 가벼운 형이 내려진 것. 둘째, 본인뿐만 아닌 가족들을 향한 협박이었다. 가까스로 이씨가 신고를 해 그는 5년만에 자유로운 주말을 맞게 됐지만 출소하면 어떻게든 이씨와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박씨 때문에 이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이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많을 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게다가 범죄의 강도는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힘으로는 남성을 제압하기 어려우니 총기라도 소지해야 하는 것일까. 폭력이라는 거대한 바위에 피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뿐이다.‘신고’라는 해결방법 자체가 여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이 사실 자체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8일(화) 인권위에 따르면 성차별 및 성희롱 진정 사건 수는 2002년 13건에서 2010년 336건으로 8년 사이 25배가량 증가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0%에 그쳐 OECD 회원국 평균에 10% 이상 미치지 못하고,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의 빈곤율은 남성가구주 가구의 2배가 넘어선다. 또한, 전체 여성노동자의 65.6%, 5,60대 여성 노동자의 80~90%가 비정규직이다. 임금 수준은 남성노동자 대비 63.5%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

함인희 교수(사회학과)는 9일(수) 동아일보 시론에서“오늘의 젠더 불평등을 역사적 부정의나 구조적 차별의 결과라기보다 개인의 무능이나 불운의 탓으로 돌리는 반동적 흐름을 경계하면서, 진정 타고난 성별로 인해 차별받고 억압받고 배제되는 현실이 완전히 불식될 때까지 우린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김질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성의 날, 여성가족부... 여성이‘약자’였기 때문에 생긴 모든 것들이 이제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날까지 여성들의 행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