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온 이화인과 만나는 ‘서울 속 내 고향’ <1>
외국에서 온 이화인과 만나는 ‘서울 속 내 고향’ <1>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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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가운데서 이슬람을 마주하다

 <편집자주> 본교 외국인 학생 수는 2008년~2010년 매해 약10%씩 증가했다.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 본교의 외국인 학생 수(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 어학연수생, 교환학생, 방문학생, 기타연수생)는 2천776명이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외국인 학생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는 장소, ‘서울 속 내 고향’을 소개하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어에 반해 본교 입학한 히잡 여인

가우하르(Bat yarkhanova Gaukhar)(국어국문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2010년 8월에 한국에 왔다.

카자흐스탄 인구의 47%는 무슬림으로 이슬람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붉은색 히잡에 발목까지 가리는 원피스를 입은 그가 유창한 한국어 솜씨를 뽐낼 때면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한다.

“고교 시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 후 카자흐 국립대학 한국어학과에 입학해 4년 간 한국어를 공부했죠.”

한국어를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그는 석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본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가우하르씨는 2013년 본교 석사과정을 마치고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간다. 그의 장래희망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어과 교수가 되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에는 아직 한국어를 심층적으로 배운 선생님들이 없어요. 고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고대·중세시대 한국어의 변천사 등 이곳에서 배운 한국어에 관한 깊이 있는 지식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글·사진: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가우하르씨가 한국에서 1년 간 생활하며 느낀 것은 매일 연속되는 치열함이다.

“한국 사람들은 매순간 바쁘게 살아요. 덕분에 성실하게 살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가끔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여유가 그립습니다.”

그가 카자흐스탄의 여유가 그리울 때 찾는 곳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성원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중앙성원을 방문한다. 여성은 의무적으로 성원에 가서 예배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곳에 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성원에는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아랍, 파키스탄 등지에서 한국에 온 무슬림들이 많다. 가우하르씨는 그곳에서 같은 문화권에 있는 친구들을 6명 사귀었다. 이들은 한 달에 2~3번 모임을 가진다.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등 서로 고향은 다르지만 모두 무슬림인데다 타국생활을 하기 때문에 서로 동고동락하고 있어요.”

이들은 예배를 마치고 중앙성원에서 진행하는‘꾸란 원전’을 공부하는 수업을 함께 듣기도 한다.

가우하르씨가 친구들과 예배를 마치고 가는 곳은 중앙성원 인근의 케밥이나 카레를 파는 음식점이다. 이 곳에서 외식 할 때 이들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성원 입구 골목길에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 및 슈퍼마켓, 정육점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음식점에 들어가 재료를 묻거나, 채식 위주로 먹어야하지만 이곳에서는 가게 앞에 대부분 할랄(Halal) 표기가 돼있어 마음 놓고 메뉴를 고를 수 있어요.”

할랄은‘허용되는 것’을 의미하는 아랍어로, 할랄식품은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지칭한다. 육식의 경우 급소를 찔러 고통을 최소화하고 죽은 피를 빼내는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만이 할랄로 인정된다. 음식을 조리할 때 쓰는 기름의 경우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이어야 한다.

“이슬람에선 동물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죽었다면 인간의 몸에도 해롭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신도들에게 독소가 없는 깨끗한 음식을 먹을 것을 권장하는 것이죠.”

성원 주변의 슈퍼마켓이나 제과점 식당에서는 동물성 기름, 돼지고기, 알코올 등이 첨가된 식품들을 판매하지 않는다. 돼지고기나 그 부산물,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들은 하람식품으로 지정돼있기 때문이다.‘금지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하람식품은 무슬림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성원 앞에 위치한 무슬림 전용 슈퍼마켓 김성원 사장은“인근 지역 사람들 뿐 아니라 예배보러 왔던 무슬림들이 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성원 주변에는 이슬람의 특색이 드러나는 상점들도 많다. 할랄 인증 정육점, 이슬람 전문 전자상가, 시리아식 베이커리 등 무슬림에게 필요한 것은 다 갖춰져 있다. 가우하르씨는 이곳에서 가끔 친구들과 쇼핑을 즐긴다. 

이슬람 전자상가‘살람닷컴’에서는 코란이 통째로 내장된 휴대전화를 판다. 또한 휴대전화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다섯 번 이슬람 예배시간을 알 수 있다. 무슬림들은 오전5시30분부터 2~3시간 간격으로 하루 5번 메카가 있는 방향으로 기도를 드려야 한다. 이슬람 전문 서점에선 코란을 비롯해 아랍문화 전반에 관한 서적을 판매하며, 히잡 전문 상점에선 해외에서 직수입한 히잡을 1만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한다. 가우하르씨는 얼마 전 히잡 전문 상점에서 히잡을 새로 샀다.

“새로 들어온 히잡의 원단이 고와 새로 장만했어요. 가끔 예배 마치고 귀가 길에 친구들과 들러 신발이라든지, 옷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가 자주 방문하는 히잡 상점의 사만 아브라함(Saman Abraham) 사장은 한국에서 14년 간 살아온 이곳 터줏대감이다. 아브라함씨는“하루 평균 3~40명이 히잡이나 이슬람 예복 등을 사간다”며“이슬람 문화에 호기심 있는 한국인들도 와서 자주 구매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거리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가우하르씨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덜어진다.

“향수가 느껴질 때마다 이곳에 와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어요. 타국에 오면 가끔 고향 생각나면서 외롭다고 느끼잖아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이 장소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서울중앙성원은…

서울중앙성원은 한국 최초의 이슬람 성원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1976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건립됐다. 1층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사무실과 회의실이 있으며 2층에는 남자예배실이, 3층에는 여자예배실이 있다. 

 성원에는 비교인도 출입 할 수 있다. 단 들어갈 때 남녀의 출입구가 다르니 주의해야 한다. 여자는 1층의 출입구를 통해 3층 예배실로 올라가야하며 남자는 중앙의 계단으로 올라가 2층 예배실로 들어가야 한다.
성원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이라면 사무실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사무실의 직원이 따끈한 아랍차를 제공하며 친절하게 건물의 안내를 해준다.  

 서울중앙성원은 아랍 건축양식에 의한 돔식 이슬람성원이다. 돔식 건물은 건물을 웅장하게 보이도록 만들며 돔 아래 유리창을 만들어 직사광선을 막아준다. 성원의 양쪽에 우뚝 선 첨탑인 미나렛은 과거 신도들에게 기도시간을 알리는 사람이 하루 5번씩 기도와 예배시간을 소리쳐 알려주는 장소로 쓰였다.

성원의 벽에는 코란의 문자나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이 많은데 이슬람에서는 사람이나 기타 형상을 터부시해 인물벽화를 문자나 기하학적 문양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