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11월 조형관A동 화재 이후 금지돼…메이전, 졸업작품전 준비기간 2주간만 야간작업 허용


‘메이데이 전시회(메이전)’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오유진(공디·09)씨는 작업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큰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공간디자인과의 경우 공동 작업이 필수라서 학교에서 야간작업을 하지 않으면 함께 작업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전공특성상 엘리베이터로도 운반할 수 없는 크기의 작품이 많기 때문에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작업하기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수민(패디·09)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재봉틀, 마네킹 등 작업에 필요한 물품들을 들고 다니기 어려워 학교에서 작품을 완성시켜야 한다. 그러나 야간작업이 금지된 후 집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아져 작품에 대해 교수님,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어렵다.

김씨는“야간작업 금지 후 학교에서 작업할 때 늘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미대생에게 야간작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일반 학생들을 도서관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도자예술을 전공하는 ㄱ(09)씨는“흙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작업실을 갖고 있지 않는 한 학교에서만 작업해야 한다”며“이제 곧 메이전이 열리는데 시간이 부족해 작품이 제대로 완성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발생한 화재로 조형예술대학(조예대) 야간작업이 금지돼 학생들이 작업을 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화재는 작년 11월9일 조형관A동 4층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로 쓰레기통과 환풍기가 타고 내부 벽채가 일부 그을렸다. 조예대는 야간작업을 하던 학생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뒤 확실히 끄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야간작업을 금지시켰다.

작년 11월22일부터 조형관A, B, C동은 오전6시~오후11시까지만 개방되고 있다. 이에 야간작업이 어려워지자 조예대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허정인(섬예·09)씨는“낮에는 작업실에서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는 오후5~6시가 돼야 작업실을 이용할 수 있다”며“화재는 낮에도 날 수 있는데 불이 날 것을 염려해 야간작업을 금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예대 김현경 학생대표는“작품 작업을 해야 하는 조예대 특성상 야간작업은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불이 난 이유는 담배꽁초 때문이지 야간작업이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예대는 작년 조형관A동 화재사건은 야간작업이 금지된 계기였을 뿐 화재 예방, 작업 문화 개선, 학생 치안 등을 고려해 야간작업을 금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예대 박일호 교학부장은 야간작업이 금지된 것에 대해“작업 재료 중에 휘발성 약품도 있고 겨울에는 학생들이 개인용 난로를 소지하는 등 화재가 날 위험이 있다”며“화재 위험뿐만 아니라 밤을 새서 작업하는 학생들의 작업 문화를 바꾸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 교학부장은 이어“밤새도록 건물을 개방하면 종종 외부인이 출입하기도 한다”며“학생들의 치안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월23일부터 시작되는 메이전을 앞두고 야간작업을 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조예대는 메이전과 졸업작품전이 시작되기 전 각각 2주씩 야간작업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교학부장은“메이전과 졸업작품전을 준비하려면 야간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해 교수회의에서 준비기간인 2주동안 야간작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며“그 외에는 야간작업을 하는 학생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메이전 준비기간에만 야간작업을 허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예대 김현경 학생대표는“야간작업을 2주간만 허용하면 단기간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학생들의 작업 강도만 강해질 것”이라며“아르바이트, 복수전공 등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에겐 2주간의 야간작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학생들의 치안이 걱정되면 야간작업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CCTV를 설치하거나 경비원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