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연극장에 가면 종종 에필로그를 들을 수 있다. 배우 중 한 사람일 수도 있고 배우가 아닌 사람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연극이 끝난 후 무대 위로 올라와 연극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이거나 연극을 끝까지 지켜 봐 준 관객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경우를 에필로그라고 한다.

연극에서 시작된 이런 관행은 책에서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한자어로 말한다면 후기(後記)라고나 할까.
에필로그의 어원은 그리스어 에필로고스(epilogo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어는 라틴어 에필로구스(epilogus)가 되었고, 12세기 경에는 고대불어 에삘로그(epilogue)로 이어졌다. 그리스어 접두사 에피(epi-)는‘위에’,‘밖에’라는 뜻이고, 명사 로고스(logos)는‘담화’라는 뜻의 명사다.

그러니까 에삘로그(epilogue)는‘담화 밖의 담화’가 된다. 같은 연극 용어인 프롤로그(prologue, pro+logue)와는 정반대 용어다. 프롤로그와 에삘로그는 각각‘처음’과‘끝’을 뜻하는데, 그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갖다 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먼저 아는 자)와 그 아우 에피메테우스(Ephimetheus, 나중에 아는 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에삘로그는 그리스 시대의 연극과 엘리자베스(Elizabeth) 시대의 연극에서 사용되었으나, 가장 성행한 것은 왕정복고기(* 프랑스혁명에서 폐위되었던 부르봉왕조가 1814년 루이 18세의 즉위로 부활한 것을 말함)의 연극에서였다.

18세기 후반 사실주의 연극이 대두하면서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대신 시나 소설로 옮겨 가 시나 소설의 말미에 작자 자신의 주장, 해석 또는 맺음말을 지칭하였다. 편지로 보면 추신(追伸)에 해당하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추신이 본문보다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듯이, 에삘로그 역시 연극 전체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 역할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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