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무상급식으로 시작한 복지 논쟁이 한국사회를 한껏 달궈놓고 있다. 보편적 복지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무상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옹호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맞춤형 복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복지는 정치구호도 아니고 인기몰이감도 아니다. 복지는 국민의 공공복리와 행복감을 보장해주는 장치로서 전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 제도,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질병, 실업, 장애 등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복지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정의와 인권보장이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것이 복지이다. 복지는 생활이고 실천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의 마련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2만불로 복지국가 진입의 단계에 있다. 조세부담율은 2008년 현재 20.7%로 OECD 평균 25.8%를 훨씬 밑돌며, 가장 높은 덴마크 47.2%의 절반수준이며 가장 낮은 일본의 17.3%보다 조금 높아 33개국 중 하위 8위에 머물고 있다. 2007년 현재 사회보장비 지출비율은 GDP 대비 10.01%로 OECD 평균 23.9%와 비교해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결국 현시점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실행하면서 보편적 복지의 길로 확장해나가는 형태를 취하게 될 수밖에 없다. 복지지출이 낮다보니 혜택받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최저생계비 130여만원 이하 소득자인 절대빈곤층은 200만명(11%)에 달하며, 근로빈곤층 410만명(15%)에 빈곤아동만도 100만명이고, 절대빈곤노인은 전체 노인의 45.1%에 이른다.

그런데도 2011년도 복지예산 86조4천억원 중 대부분이 연금과 노동 및 주택에 투입되고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비롯한 장애인과 노인 및 청소년 등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예산은 겨우 13조원(15%)에 불과하다. 요약하자면, 복지재원과 복지혜택의 구조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에게 평등한 소득재분배의 형식으로 복지의 혜택을 주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복지를 논할 때는 복지 재정의 기초가 되는 조세에 관한 논의가 기본이 되어야 하며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담세에 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같은 소득재분배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는 약자보호 차원의 선별적 복지를 진행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보편적 복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선별적 복지가 담보되어야 하며, 동시에 담세능력이 굳건해질 수 있는 국민소득의 확보가 중요해진다.

진정한 복지국가를 위해 현재 대한민국이 이뤄내야 할 일은 선별주의 대 보편주의라는 이분법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복지재정과 담세, 복지전달과정과 환류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고를 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가 강조되다보면 선진국이 이미 경험했던 복지병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칫 선별적 복지의 수준이 낮아지거나 사각지대가 넓어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선별적 복지에만 치중하다보면 빈곤층 발생 예방과 사회적 불평등 완화 차원의 사회안전망 마련을 통한 사회보장의 보편적 복지를 무시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인의 사고와 한국의 토양에 맞는 복지철학과 이념, 그리고 그에 따른 접근방식을 갖춘 한국형 복지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형 복지모델은 정부, 가족, 지역사회, 그리고 기업의 4체계 축 위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전체 복지지출의 74.1%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민간모금(19.4%)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기업의 법정급여(6.5%)로 채우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됨과 동시에 포용과 배려로 협력하는 공동체적 문화 유전자를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가족주의 문화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가족에 대한 관심의 증폭과 함께 한국사회를 엮어주는 동력으로 작용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도 1촌의 직계혈족을 부양의무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최저생계비 산출도 4인가구를 표준으로 계산되고 있다. 가족이 사회의 주요 기초단위인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발전과 함께 복지확대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보편과 선별의 균형적 공존을 근간으로 하는 복지의 철학과 실천의 기저부터 마련하고 다져나가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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