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탑>

“하얀 꽃잎따라 벌 나비가 날고 파란 잔디 위에 꽃 바람이 흐르네. 지난날 뒷동산에 같이 놀던 친구는 어디론가 멀리 가서 소식 한번 없는데 그리워서 그리워서 잊지 못할 옛 친구.”

세시봉 멤버인 김세환씨가 2월27일 MBC‘놀러와 스페셜 세시봉 콘서트’에서 부른‘옛 친구’다. 노래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관객, 노랫가락을 함께 흥얼거리는 관객들이 TV 화면 너머 보인다.

한국사회에‘세시봉 열풍’이 일고 있다. 세시봉 멤버들이 통기타와 함께 전혀 녹슬지 않은 가창력으로 사람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세시봉은 1970년대 조영남씨, 송창식씨, 이장희씨, 윤형주씨, 김세환씨 등 당시‘노래 좀 한다’는 청년들이 모여 공연했던 명동의 음악다방이다. 이곳은 암울했던 1960~1970년대 청년문화가 꽃피웠던 곳으로 평가받는다.  

세시봉은 작년 9월부터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MBC‘놀러와’는 작년 9월 세시봉 멤버들의 음악과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담은‘세시봉과 친구들’을 방영했다. 이어 MBC는 기존 방송분과 미방송분을 묶어 설 연휴와 2월27일‘놀러와 스페셜 세시봉 콘서트’를 방영했다. 세시봉 멤버들은 3월부터 전국을 돌며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30~40년 전 노래가 인기를 얻은 세시봉 열풍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은 아니다.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는 흐름인 복고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문화이자 문화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2011년 봄, 여름 패션은 히피, 펑크 등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70년대 복고 분위기가 유행이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상품인 만년필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등의 이야기를 흔히 접할 수 있을 만큼 회화, 건축, 의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복고가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날, 우리가 오늘 맞는 세상은 어제와 다른 세상이다. 사람들은 변화 속에서 친숙한 것을 매우 빨리 상실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기전에 또 다른 낯선 것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에서 과거의 것이 유행하는 현상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찾고 일상의 역사성을 구성하기 위해 자신과 친숙한 과거의 것을 찾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변화가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개인은 바쁜 일정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정체성을 확립할 시간도 없다. 따라서 개인은 일상에서 벗어나 친숙한 과거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복고 열풍은 20대에게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또 다른 의미를 전해줄 수 있다. 빠른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쫓겨 훗날 돌아볼 추억을 남기지 못하는 20대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여성학회가 작년 2월 20대 354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32명(65.5%)이‘훗날 과거를 돌아봤을 때 추억할 장소나 사람, 사건이 없다’고 답했다. 208명은‘나를 기억해줄 존재가 없다고 느낄 때 슬프다’고 답했고, 173명은‘20대를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느껴져 우울하다’고 답했다.‘너무 바빠 추억을 만들 시간이 없다’는 사람도 134명이었다.

20대들이 훗날 장소, 노래, 사건 등 곱씹을만한 추억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각박한 현실에 지쳐있을 때 안정감과 정체성을 찾을 소재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사회에서 추억은 20대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자 중요한 자산이다. 앙리 르페브르의 말처럼 오늘날 과거는 개인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세시봉 열풍은 40, 50대들에게 그들의 추억 속에 있던 노래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줬다. 그들은 노래를 들으며 현실에 지친 자신을 위로했고 소중했던 대학생 시절 추억을 떠올렸다. 20대도 세시봉 노래처럼 각박한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곱씹을만한 추억이 필요하다.  

훗날 세시봉의 오랜 노래처럼 힘든 그대를 위로해줄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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