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신촌연극제 8월28일까지 'The STAGE'에서 5개 연극 차례로 무대에 올라


“주는 것을 통해 우리는 얻고 용서함을 통해 우리는 용서받으며 죽음을 통해 우리는 영생으로 태어난다.”

안나와 벨다 역을 맡은 배우 정지은씨와 이두리씨는 하얀색 두건을 두르고 두 손을 모은 채 대사를 내뱉는다. 음악이 울려 퍼지고 불빛은 점차 어두워진다. 긴장감이 가득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20분간 무릎을 꿇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3일(목) 오후8시 신촌‘The STAGE’극장 무대 위에서 신촌연극제 개막작인‘아미시 프로젝트’공연연습과 무대설치가 한창이다. 

“좀 더 심오하게, 다시 원래대로 해봐. 너만의 느낌을 살려봐.”무대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아메리카 역의 배우 이재혜씨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감독의 조언을 듣는다. 스텝들은 배우의 대사와 동작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대로 누워있어. 움직이지 마.”

“소녀들!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돌아야해. 조금만 천천히 도는 게 좋을 것 같아.”

 

제1회 신촌연극제가 5일(토)부터 8월28일까지 신촌에 위치한 The STAGE 극장에서 열린다.

The STAGE는 작년 8~9월경 신촌연극제를 기획하고 11~12월 무대에 오를 작품을 선정했다.‘짬뽕’,‘청춘, 18대1’등 5개의 연극을 약 한달 간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촌 연극 문화의 부흥을 이루고자 하는 신촌연극제의 부제는‘여기가 진짜 대학로’다. 주요 연극 무대가 동숭동 대학로로 옮겨지기 전인 1970년대, 1980년대 연극의 중심에는 신촌이 있었다. 1970년대 극단 민예가 신촌에서 시작됐고, 80년대 중반에는 개성강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후 신촌에서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자주 일어나자 극단들이 하나 둘 동숭동으로 떠났다.

The STAGE 윤동석 기획제작대리는“이대, 서강대 등 7개 대학이 밀집해있는 신촌에는 아직도 연극문화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많다”며“연극문화의 무게중심을 연극 과포화 상태인 대학로에서 신촌으로 나누고자 연극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연극제에 대한 지역의 반응도 뜨겁다. 윤씨는“서대문구청과 인근지역 대학 학생회가 기획의도에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홍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은 공식 홈페이지·트위터에 신촌연극제 홍보 배너·게시물을 올렸다. 연세대, 추계예술대, 홍익대 등의 학생회는 연극제 홍보 현수막을 학교 안 곳곳에 설치하고 신입생 환영회 때 포스터를 부착해 많은 학생들이 신촌연극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신촌연극제가 준비되기까지 대학생들의 역할도 컸다. 대학생으로 이뤄진 연극제 서포터즈는 1월 말 발대식을 갖고 2월부터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연 리허설 장면과 배우의 인터뷰 영상이 담긴 웹진을 만들어‘2011년 신촌연극제 카페(cafe.naver.com/actingyouth/)’에 올렸다. 학생들은 신촌 일대를 돌아다니며 포스터 붙이는 홍보 활동도 했다. 

연극제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구민하(인문과학부·11)씨는“신촌과 연극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며“배우들이 직접 나와 연기하는 역동적 예술이라는 점에서 연극이라는 문화자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연극과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있던 안아람(국문·09)씨는 The STAGE가 보낸 서포터즈 모집 메일을 받고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안씨는“리허설 때는 무대와 조명도 갖춰지지 않았지만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공연이었다”며“아무도 보지 않은 미완의 작품들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아미시 프로젝트’를 제외한 연극들은 이미 대학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아미시 프로젝트’,‘디너’,‘짬뽕’,‘락희맨쇼’,‘청춘, 18대1’순으로 5편의 연극이 오는 8월까지 릴레이 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8시, 주말 및 공휴일 오후3시, 오후6시 신촌역 3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The STAGE에서 상연된다. 입장료는 좌석에 따라 1만5천원~3만원이고 본교생을 포함한 신촌 인근지역 대학생과 주민은 5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공한 작품은‘기획사가 큰 이윤을 얻은 작품’이 아닌‘관객이 투자한 시간과 돈이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정의 내리는 2011년 첫 신촌연극제.‘이번 주말에는 친구들과 뭐할까?’란 고민에‘신촌에서 연극 관람’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1회 신촌연극제 상연작


△‘아미시 프로젝트’ 3월5일~4월10일
평범한 우유배달부였던 에디는 어느 날 아미시 학교로 들어가 여학생 10명을 감금한 뒤 여학생 중 5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한다. '아미시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총기살인사건과 범인을 용서했던 아미시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처음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1인극이었던 원작과 달리 7명의 배우들이 극의 내용과 인물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줄 예정이다.


△‘디너’ 4월15일~5월8일
게이브와 카렌, 탐과 베스는 결혼 12년차 부부이며 오랜 친구들이다. 그들의 평온한 일상은 탐과 베스의 결혼이 순식간에 파경에 이르면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이혼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생활을 반추하던 게이브와 카렌은 12년 전 그들이 사랑에 정열적으로 빠져있던 시절로 돌아간다.
‘디너’는 과거를 회상하는 방법으로 중년부부의 사랑과 결혼, 인생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되새겨줄 예정이다.


△‘짬뽕’ 5월12일~6월12일
‘짬뽕’은 짬뽕 한 그릇 때문에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다고 믿는 현지 소시민들의 시선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바라본 이야기다. 광주 그 자체가 삶의 터전이었던 시민들은 단지 짬뽕 한 그릇 때문에 벌어진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 앞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짬뽕’은 그들의 허탈함과 슬픔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정치적 이슈가 아닌 소시민들의 휴머니즘으로 풀어낸다.


△‘락희맨쇼’ 6월18일~7월17일
‘락희맨쇼’는 조선 태조 12년 2월 금주령이 공포됐을 때를 배경으로 명주‘침이슬’을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연극은 카툰·노래·춤·연극·슬랩스틱 쇼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이 작품은 속도주의와 획일화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회를 풍자한다. 락희맨쇼는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무대공연작품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탄탄한 작품성에 재미까지 검증받았다.


△‘청춘, 18대1’ 7월23일~8월28일
1945년 6월15일 동경 강대웅, 정윤철, 정기철은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가던 중 우연히 누군가에게 쫓기던 김건우를 도와주게 된다. 그들은 총에 맞아 쓰러진 김건우를 돕는 과정에서 일본인 댄스홀에서 강사로 일하는 나츠카를 만나 동경 시청장을 암살하려는 독립운동 계획에 함께하게 된다. 독립운동이라는 자칫하면 지루한 주제를 청춘과 엮은 이 작품은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바로‘청춘’이라고 답한다.


김주량 기자  90konan@ewhain.net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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