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약사 국가시험에서 300점 만점에 284점으로 수석 합격한 배성연씨

세포생리학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한 배성연씨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얼떨떨했습니다.” 

수석 합격 소식을 들은 지 3주나 흘렀지만 배성연(약학·07)씨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배씨는 1월14일 치러진‘제62회 약사 국가시험(국시)’에서 300점 만점에 284점(94.7점/100점 환산기준)을 받아 전국수석을 차지했다. 방학 중에도 연구에 몰두해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를 16일(수) 이화미디어센터 주간실(ECC B215호)에서 만났다.

배씨의 수석 합격은 짧은 기간에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그는 작년 9월 약사 국시를 약4개월 남기고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보통 1학년 때부터 약학 국시 위주로 수업하는 타대학들과 달리 본교는 연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본교 학생들은 국시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요. 하지만 전공 공부를 꾸준히 해온 덕분에 준비 기간을 줄일 수 있었어요.”

제62회 약학 국시에서는 이전에는 자주 출제되지 않았던 학문적 문항이 많이 출제돼 국시 대비 문제만 준비한 학생들은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학교 전공 공부에 충실했던 배씨는 당황하지 않았다.
“1교시 약제학 시험 1번 문제를 풀 때 사홍기 교수님(약학과)께서 제제공학시간에 지나가듯 말씀하신 내용이 불현듯 생각나 답을 바로 적을 수 있었어요.”

배씨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 노력파다. 그는 학점 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학년부터 매일 새벽1시에 잠들어 새벽5시30분에 일어나는 생활을 3년 동안 반복했다.

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되도록 오전에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과 공강 시간을 활용해 과제를 해결했다.“오전8시쯤 학교에 도착해 수업이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강의실에서 자리를 잡고 수업준비를 했어요.”

수업이 끝나면 자정까지 시험공부에 매달렸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었다.“시험 기간이면 학교 열람실이 열리길 기다려 새벽5시부터 자리에 앉아 자정까지 쉬지 않고 공부했어요. 공부에 집중하다보면 식사도 거르기 일쑤였죠.”7번의 성적 우수 장학금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쉼 없이 학업에만 열중하던 그에게 마침내 브레이크가 걸렸다. 약사 국시 준비를 시작한 지 한 달째인 9월 말, 공부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상한 것이다. 4년간 잠을 줄이고 식사까지 거르면서 체력이 극도로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국시 준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이었다.“두 달 동안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만 겨우 치를 수 있을 정도였어요. 수험을 내년으로 미뤄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이 울기도 했죠.”

배씨를 다시 일으킨 것은 많은 교수님들과 부모님이 보낸 격려였다.“생약학을 가르쳐주신 서은경 교수님(약학과)께서‘너를 큰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늘에서 이런 시련을 주시나보다’고 말씀하신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는 내내‘이 시험만 끝나면 쉬자’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문제를 풀고 펜을 내려놓는 순간‘그래도 수험에 도전은 해봐야겠다’고 결심을 굳혔습니다.”배씨는 시험을 약1달 남긴 시점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배씨는 합격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계산 문제인 정성분석학과 정량분석학이 특히 어려워 과락(한 과목 점수를 40점 이상 득점하지 못한 것.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나오면 총점이 아무리 높아도 불합격 처리됨)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가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한 언론사에서 전화가 왔다. 수석합격 소감을 묻는 전화였다.“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기 때문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다시 소식을 알려오기 전까지는 수석 합격을 믿을 수 없었어요.”고생 끝에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수석 합격의 기쁨은 더욱 컸다.

마지막으로 배씨는 약학 국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전공 필수만 듣는 학생들이 많은데 수업 내용 하나하나가 시험에 도움이 되니 되도록 선택 과목까지 다 듣는 것을 추천해요. 불합격을 하면 부끄러울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후배들이 많은데, 저처럼 건강을 망칠 정도로 공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다.

3월 본교 일반대학원 생명약학부 입학을 앞두고 세포생리학 연구실에서 실험에 여념이 없는 배씨.“연구를 통해 새로운 타겟(표적. 약물은 수용체, 효소와 같은 표적과 결합해 작용한다)을 발견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그의 똑 부러지는 말투에서 당찬 포부가 느껴졌다.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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