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파이퍼홀·이화학술원 케이스홀 등 설계 완자무늬 차용으로 서양 고전미와 한국 고전미 합일

<편집자주> 본지는 1932년~1935년 본교 캠퍼스 5개 건물을 설계한 건축 선교사 윌리엄 모렐 보리스(Willam Merrell Vories) 탄생 130주년을 맞아 ‘일본 건축선교사 보리스의 생애와 사상 연구’(이정선, 2006), ‘이화여대 파이퍼 홀 기록화 조사 보고서’(문화재청, 2005) 등의 논문을 통해 본교 초기 건물의 미학을 되짚어 봤다.

건축 선교사 윌리엄 모렐 보리스(William Merrell Vories)는 현재 본관으로 쓰이는 파이퍼홀, 대학원관으로 쓰이는 케이스홀 등 초기 캠퍼스 5개 동을 설계했다.

그가 고딕 양식을 바탕으로 1932년~1935년 설계한 기초 교사들은 한국적 미와 함께 여성스러움과 섬세함을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32년 동안 17번 한국 방문한 보리스…106건의 국내 작품 중 본교 교사에 가장 애착 가져
 1880년 10월28일 미국 캔자스에서 태어난 보리스는 1901년 건축을 바탕으로 선교 활동을 벌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국내에 많은 건축 설계 작품을 남겼다. 특히 1908년~1939년에는 17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106건의 설계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그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작품은 본교 신촌 캠퍼스였다.

그는 1936년 그의 선교 보고서 ‘The Omi Mustard Seed’에 수록한 ‘Korea Again’이라는 글에서 “세계여행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의 이화여대는 세계최고의 교육 설비를 갖춘 교육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37년 7월 그의 설계사무소에서 발간한 작품집에도 한국 내 건축으로는 유일하게 본교가 소개됐다.

△한국적 요소를 고딕양식과 혼용…건물 외부장식에서는 여성스러움과 섬세함 살려
보리스는 본교 교사 건축 설계에서 고딕양식을 기본으로 한국적 요소의 혼용 및 여성스러움과 섬세함을 살린 외장양식을 선보였다.

본교 외부 장식은 동·서양의 미가 고루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건축선교사 보리스의 생애와 사상 연구’는 본교 초기 교사들을 “고딕건축양식을 현대화한 화강암 건물로, 돌을 완자무늬(卍자 모양을 이어 만든 전통무늬의 일종) 식으로 디자인해 서양의 고전미와 한국의 고전미를 조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본교 교사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연세대와는 달리 외부 장식에서 안정감을 중시했다.

‘이화여대 근대건축물 입면구성의 고딕적 의장특성에 관한 연구’(정수영, 2005)에 따르면 연세대는 막돌을 이용해 허튼쌓기 방식으로 건물 외장을 장식한 반면 본교는 외장재로 사용한 화강석의 크기가 크고 균일해 안정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본교 교사는 고려대에 비해 여성적이고 섬세한 면이 강조되기도 했다. ‘파이퍼홀 기록 조사보고서’는 “고려대 본관이 남성적이고 화려한 반면, 이화여대 파이퍼홀은 기독교 학교답게 차분하고 섬세한 면이 강조된 건물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출입구 위 화려한 조각장식도 건물에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케이스홀은 1920~1930년대 지어진 고딕식 학교 건물 중 가장 화려한 조각장식을 보이고 있다. 케이스홀 예배실 출입구 위 넓은 띠 안에는 식물모양이 조각돼있고 교사 출입구 위에는 출입구 모양과 같은 첨두아치 모양이 음각으로 넓게 조각돼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종호 교수(건축학과)는 “이화여대 캠퍼스는 아름다우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며 “캠퍼스가 지니고 있는 시간과 역사라는 가치는 우리 모두의 공공재이므로 다함께 잘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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