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둘째 주 평일 오후 3시경 학관 지하에 있는 과방을 찾은 나는 당황스러운 광경을 목격다. 우리 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그와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무릎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두 사람의 태도였다. 나와 마주치고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이라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서였을까.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그곳에 있던 것 같았다. 그들은 나와 마주치고도 놀란다거나 미안해하지 않고, 도리어 내가 책을 챙기는 내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큰 소리를 냈다. 타인이 듣기에는 민망한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순간, 마치 와서는 안 될 공간에 온 불청객이 된 기분에 얼른 과방을 나오긴 했지만 당황스러운 마음은 오랫동안 가시질 않았다. 불쾌하기까지 했다. 공공장소로서 학생들이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할 과방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거니와,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개인의 무책임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경비 아저씨께 이를 알리려고 갔지만 자리에 계시지 않아 조취를 취하기는 어려웠다. 아마 그 남녀도 경비 아저씨의 눈을 피해 들어온 듯 하였다.

나와 같은 이러한 경험을 한 이화인들이 종종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빈 강의실이나 과방, 동아리방에 자신의 남자 친구나 남자 지인을 데리고 와 사적 공간으로 이용하는 몇몇 예의 없는 이화인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거나 불편했던 경우를 말이다.

우리학교는 공식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인 및 남자의 출입을 금하는 걸로 안다. 이는 이화인들의 안전과 건전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꼭 필요한 사항이라 본다.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책 및 강력한 제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무엇보다 이화인들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이곳저곳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는 아니나 건물 안 과방에까지 남자친구를 대동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우리는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금남(禁男)의 구역, ‘여대’에 다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아는 의식 있는 이화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