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이 명문대학을 나와 외국유학을 갔다 온 후 정부나 기업체의 요직에 들어가면 그 사람을 두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말한다. 지난 천 년간 지속된 과거(科擧)시험이 과거의 ‘엘리트 코스’였다면, SKY라 약칭되는 국내 세 명문대, 미국 IVY 리그를 비롯한 세계 유수한 명문대 등은 현대의 ‘엘리트 코스’라 할 수 있다.

어원상으로 보면 엘리트(elite)는 엘레강스(elegance, 우아함)와 마찬가지로 라틴어 엘리게레(eligere, 선택하다)에서 나온 말이다. 엘리게레(eligere)는 본래 ‘꽃이나 과일을 따면서 뿌리 채 뽑아버리다’라는 의미였다. 11세기 후반에 이 동사로부터 프랑스어 동사 에쓸리러(eslire)가 나왔다. 이 동사의 과거분사는 에쓸리(eslit, 선택된)였고, 이 과거분사의 여성형이 에쓸리떠(eslite)였다. 이 에쓸리뜨(eslite)가 다시 엘리뜨(elite)가 되었다. 영어 엘리트는 바로 이 엘리뜨로부터 나온 말이다.

엘리트는 매스(mass, 대중)와 대립되는 말로, 일반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조직하는 소수자를 가리킨다. 엘리트 이론이 특별히 주목받게 된 시기는 20세기 초부터 제1차 세계대전 후 나치스가 대두할 때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일부 여론가들은 선진 자본주의국가들의 정치체제가 국민의 정치참여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소수에 의한 지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였는데, 오르테가(G.J. Ortega)·빠레또(V. Pareto) 등의 학자들은 소수에 의한 다수의 지배는 정치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엘릿뜨론을 옹호하고 나섰다. 빠레또에 의하면, 엘릿뜨의 자격은 시대에 따라 변하며, 어떤 때는 남성이나 여성이, 어떤 때는 고령자가, 어떤 때는 육체적으로 강건한 자가, 또 어떤 때는 지식이나 도덕성이 뛰어난 자가 엘릿뜨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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