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여성도 마찬가지, 30대 여성 경력 단절 심각해 고위직 승진 어려워…대안은 여성 친화적 기업 문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2001년 한국의 성장 전략을 제시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는 2001년 ‘제5차 비전 코리아 보고 대회’에서 “한국이 2010년까지 미국과 일본수준의 선진국이 되려면, 매년 6.1% 정도 성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90%까지 상승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10년간 50% 내외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3개 국가 중 27위에 그쳤다.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작년 기준 62.6%에 그쳐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가입국 평균보다 낮아…대학진학률은 상승
1인당 국민소득·고용률·물가상승률·노동생산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하는‘경제성장 동력’순위에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과 G20(주요 20개국) 국가에 속하는 39개국 가운데 18위다. 이는 프랑스·독일·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생산가능연령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다. 경제활동인구는 생산가능연령인구(15세 이상) 중 전업학생, 전업주부, 은퇴자, 심신장애자, 일할 의사가 없는 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인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15~6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작년 기준)은 53.9%다. 이는 2000년(52%)에 비해 10년간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OECD 가입국 평균(61.3%)보다 7.4%포인트 낮고, OECD 가입국 중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높은 스위스(77.3%)보다는 16%포인트 낮다.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가입국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작년 62.6%로 OECD 국가 평균인 82.4%보다 19.8%포인트 낮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82.4%로 남성의 대학진학률(81.6%)을 추월했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2000년 65.4%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사회구조와 가부장적인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김세완 교수(경제학과)는 “경제활동참가율이란 생산가능연령인구 중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의 비율”이라며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것은 일하고자 하는 여성의 수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인식과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장은 “우리나라 여성은 출산과 양육, 가사노동을 모두 부담해야 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남성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여성의 사회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해 각종 지원과 제도 및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일과 가족생활의 조화로운 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미석 국제여성가족교류재단 이사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을 노동자로 활용 못하게 돼 국가적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육아 등으로 일 그만두는 30대 여성들…경력단절로 고위직 승진 어려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힘든 30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둬 경력이 단절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출산·육아기의 경력 단절로 인해 M자형 형태를 띤다. 선진국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후 경력단절 현상이 거의 없어 역U자형 형태를 보인다.

작년 통계청「경제활동인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연령계층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가 69.0%로 가장 높았으며 출산과 육아가 진행되는 30~34세는 51.9%로 17.1%포인트 급락했다. 출산과 육아가 끝난 40~4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5.4%로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대학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일했던 이승희(33)씨는 결혼 후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첫째 아이를 낳고 일을 아예 그만뒀다. 프리랜서지만 마감에 쫓겨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었기 떄문이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면 일에 집중할 수 없어 누군가가 아이를 봐주지 않는 이상 일터로 나가기 힘들었다. 그는 결혼 전처럼 다시 일하고 싶지만 두 아이의 엄마라는 상황 때문에 당분간 재취업할 계획이 없다.

경력 단절로 인해 여성들은 고위직 승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보은(35)씨는 대학졸업 후 출판사에서 교육서적 출판일을 하다가정 및 육아문제로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그는 “다시 회사로 복귀해도 경력 단절로 인해 회사 내에서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OECD 국가 평균 여성 관리직 비율은 28.3%로 9%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노동부가 작년 조사한 「AA대상사업장 남녀근로자 현황분석」에 따르면 1천명 이상, 500명 이상 사업장 중 여성 관리자가 한 명도 없는 사업장은 각각 19.1%, 36%였다.

세계여성지도자회의가 발표한 ‘2010 세계 기업 여성 임원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기업 5곳은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이 최하위권 그룹에 속했다. 조사대상인 국내 81개 기업 중 86%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여성의 승진은 과장급부터 남성과의 격차가 심화됐다. 여성가족부가 2008년 조사한「여성인력패널조사」를 보면 직급별 여성 승진 비율은 11.4%였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사람의 비율은 12.9%, 과장에서 차장은 5.6%, 차장에서 부장은 6.1%, 부장에서 임원은 3.1%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감소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출산 및 육아로 인한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때문에 여성이 고위직 승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빠르게 변화하며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현대 기업의 특성상 수년의 공백기를 갖게 되면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관리능력을 갖기 어렵다”며 “남성의 경우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기업조직에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굳이 고위직으로 승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친화적 기업경영, 스마트워크, 텔레워크…낮은 경제활동참가율·경력단절 해결
여성 친화적 기업경영, 스마트워크 등 다양한 근무형태가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개선책 및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 해결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 기업 로레알코리아는 여성 친화적 기업으로 유명하다. 출산·육아휴직 뒤 복직률이 높아 과장급 이상 가운데 여성 비율이 64%에 이른다. 임신 기간에는 직원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해 임신한 직원을 돕게 한다. 임신 후 20주부터는 매월 1~2회의 검진 휴가를 주고 임신한 직원에게 임산부 특별수당을 지급한다. 본인과 배우자에게 출산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또 여성 재취업 커리어 캠페인을 통해 경력 단절 여성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번역 업체인 한국 아이시스는 스마트 워크를 도입했다. 스마트 워크는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모바일 오피스,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을 의미한다. 한국 아이시스는 직원의 6.6%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신청한 직원들은 출산, 육아 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들어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여성들이다. 임신 초기에 안정을 위해 재택근무를 신청하는 직원들도 많다. 한국 아이시스는 올해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배희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스마트워크는 소통만 할 수 있으면 지정된 공간에 머물지 않아도 사회 참여가 가능하다”며 “여성의 경우 가사노동을 병행한 사회 참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변화순 선임연구위원은 “국가는 여성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기업에게 세제 혜택, 아동보육시설 설립 지원, 착한 기업 이미지 부여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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