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사이에 프로보노(Pro bon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프로보노는 라틴어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적 재능이나 지식을 통해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원봉사와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기업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프로보노 봉사자만 700명~8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인이나 봉사단체 등에 재능·지식을 기부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약 4만명에 이른다.

정부 각 부처와 기관은 작년부터 대학생들의 재능 기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부터 프로보노를 본격적으로 지원했다. 10월 13일에는 사회적기업과 봉사자 간 연결서비스 제공 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은 11월 24일 전국 18개 대학과 ‘대학생 지식봉사 사업’을 전개하기로 발표했다.

프로보노 사회단체도 설립됐다. ‘사회적 약자와 국익을 위한 재능 기부’를 모토로 작년 12월 출범식을 가진 프로보노코리아는 의료·문화·교육 등으로 분야를 나눠 재능기부자를 모집한다.

현재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프로보노 단체에는 유스보노 커뮤니케이션(Youthbono Communication)과 프리메드(Freemed) 등이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키다…유스보노 커뮤니케이션
10월 초 신촌역 3번 출구 계단에는 ‘사랑하고 싶나요?’라는 물음과 함께 왼쪽에는 ‘No’, 오른쪽에는 ‘Right’의 문구가 붙었다. ‘Right’에 사랑하고 싶다는 긍정의 대답과 ‘오른쪽’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아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캠페인이었다.

우측통행캠페인 ‘Right walking project’에 참여한 권민정(공디·08), 고동조(산디·08)씨는 문구 디자인, 제작 등을 맡았다. 권씨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색깔, 문구 위치, 재료 등을 고민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을 추진한 ‘유스보노 커뮤니케이션’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능의 결합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 단체다. 이들은 작년 11월 ‘대학생 프로보노 포럼’을 개최하며 형성됐다. 유스보노 커뮤니케이션 최재현 회장은 “대학생도 전공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2월에는 신종플루 예방 차원에서 손 소독기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Fighting Germs With Fu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이 주축이 돼 로마의 명물 ‘진실의 입’을 본뜬 모형을 손 소독기에 씌웠다. 로마의 진실의 입은 손을 넣으면 거짓말한 사람의 손목이 잘리지만, 서울 삼성역에 설치된 진실의 입은 손을 넣으면 손 소독제가 분사됐다. 진실의 입 설치로 한 시간 당 1명이던 이용자수는 1일 247명으로 급증했다. 요즘은 ‘전국이야기자랑’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최씨는 “국어국문학과 학생을 중심으로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가 자서전을 써드리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 진료 통해 의료 제도의 빈틈 메우다…프리메드
매주 토요일 오후6시~9시 서울역에서는 대학생과 현직 의사가 함께 모여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진행한다.

진료를 진행하는 의료봉사단체 프리메드의 목표는 재능 기부를 통해 의료 소외계층을 없애고 ‘모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작년 2월부터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작된 진료는 올해 6월부터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되고 있다.

프리메드는 소외 계층에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학생들과 소외 계층이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 ‘매일 바닥을 기는 기분으로 산다’며 울분을 토로하던 한 환자는 진료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간다며 매주 찾아온다. 이은소(생교·07)씨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봉사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메드 강지원 의료본부장은 “사회 곳곳의 빈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넓히고, 대학생들의 패기와 열정으로 이를 메워나가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제공: 프리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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