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창립돼 여성운동·노동운동에 적극 참여…현재는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운동 이어 가는 중

 

이화민주동우회(이민동)는 1960~1980년대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이화 동문들이 진보적인 맥을 계승하고자 1987년 12월12일 창립한 단체다. 창립된 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약 640명의 동문들이 각종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민동 배외숙(정외·88년졸) 사무국장을 12월 2일(목) 만나 이민동 회원들의 근황을 살펴봤다. 

 이민동 회원들은 일반 회사원, 전업주부, 선생님, 정치인, 한의사, 교수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기 수요시위의 주관단체로 공식적으로 정대협에 등록돼있어 1992년부터 연 2회 정기 수요시위를 주관한다. 2007년에는 각 대학의 민주동우회와 연합해 ‘7080 민주화학생운동연대’를 창립하고 기념 문집을 발간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최명아(행정·81), 박경희(경제·84), 김주리(정외·82) 등 노동 및 농민운동에 힘쓴 본교 출신 열사들을 위한 추모행사 등도 진행했다. 작년 6월10일에는 범국민대회에 참여했으며, 올해 1월 7일에는 이희호 여사와 만나 신년 하례식을 갖기도 했다.

이화민주동우회와 함께 생겨났던 다른 민주동우회들 중 일부는 단체의 성격이 바뀌거나 자취를 감췄다. 이민동은 진보성향을 띠는 운동을 지속하는 한편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들보다 사회의 비민주적인 점을 체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민주적인 것들을 타파하는 것이 이민동의 목표이기 때문에, 이민동의 활동이 여성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민동에도 방황의 시절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사회 주도계층의 세대가 바뀌면서 진보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시각이 일부 확산됐다. 당시 이민동 회원들은 ‘이민동이 단순히 친목도모를 위한 단체인가’라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이민동은 자가 발전을 통해서 오늘날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배 사무국장은 “과거 정치민주화가 이민동이 지향하는 진보의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진보의 개념을 넓혀서 경제민주화를 주요 내용으로 삼아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민동은 경제의 양극화를 강화시키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경제정책 등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배외숙 사무국장은 이민동 회원들이 공부 모임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진보’ 개념을 주제로 독서 및 토론을 진행한다.

“과거의 개념만을 가지고 이민동 활동을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진보의 개념을 넓히기 위해 이민동 회원들도 모임 안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이죠.”

이민동은 본교 재학생을 위해 장학금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회활동 및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학생을 학교를 통해 학기별로 1명씩 추천받아 200만원을 지원한다. 이민동은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장터 및 바자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민동은 현재 새로운 국면에 처해있다. 이민동 회원의 재생산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동에 젊은 세대의 피가 수혈되지 않으면 이민동은 유지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다. 새로운 세대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다음 세대의 화두를 이해할 수 없어 지지자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 사무국장은 “이민동은 민주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는 이화인에게 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배외숙 사무국장은 이화인들을 향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후배들이 대학 4년을 단순히 취업을 위해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후배님의 인생에 있어 독서와 사회경험을 통해 철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사회를 보는 넓은 눈을 가져야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의 능력을 키울 수 있거든요.”

23년 동안 존속해온 이화민주동우회는 민주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는 회원이 1명이라도 존재하는 한 그 맥을 이어갈 계획이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갈 것입니다. 정치·경제·민주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는 한 이민동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에 기반해 비민주적인 현 상황을 다음 세대에게 알리는 것이 저희의 의무니까요.”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사진제공: 이화민주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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