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부산대·건국대 등 타대는 보충강의, 튜터링 프로그램, 다국어 PC 제공

중국인 유학생 장위(사회·08)씨는 이번 학기 7개의 전공수업을 듣고 있다. 장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들을 모두 녹음하고, 수업이 끝난 후 녹음된 내용을 다시 듣는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수업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술형으로 진행되는 시험시간도 벅차다. B4용지 2장 분량의 답안지를 제출해야 하는 시험에서 그는 1장을 채우는 것이 고작이다. 그는 “입학 전 한국어를 배운 경험은 2008년 1년간 서울대 언어교육원을 다닌 것이 전부”라며 “전공 관련 튜터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교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원 제도 및 시설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처 학생상담센터는 ‘이화다우리’ 멘토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따로 시행되는 학습지원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본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전공 수업에 대한 학습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위씨는 “교환학생의 경우 전화, 이메일을 통해 ‘도움이 필요하지 않냐’는 국제교류처의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외국인 입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유운추(심리·09)씨도 “전공 수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공 학습을 도와주는 한국 학생들이 있었다면 짧은 시간 내에 이해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부산대, 건국대 등 타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학업을 이수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전공수업의 보충강의 개설, 학습 튜터링 프로그램 실시, 다국어 전용 PC 설치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이번 학기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마이너리티 케어 프로그램(Minority Care Program)을 시작했다. 마이너리티 케어 프로그램은 경영학부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석사과정 이상의 대학원생이 일주일에 두 번 보충수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물류(1개) ▲인사관리(1개) ▲마케팅관리(3개) 5개의 강좌가 개설됐다. 경영학부 행정실 박재웅 직원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전공과목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하고, 타 학과에 비해 학사경고를 받는 비율이 높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사관리 수업을 진행하는 표민호 조교는 “외국인 학생들은 언어적,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전공 용어를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들은 약술형, 서술형으로 이뤄지는 시험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 학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작년 2학기부터 전 학과의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 학습을 돕는 튜터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은 1대 1로 외국인 유학생의 전공 및 한국어 학습을 돕고 있다. 대외교류본부 한다혜 직원은 “외국인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온전히 수학해야 관련계통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튜터링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경대는 2008년 2학기부터 외국인 유학생의 학습지원을 목표로 하는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약 20명의 튜터와 약 80명의 튜티가 활동 중이다. 국제교류원 박원주 직원은 “외국인 입학생들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고, 한국어 학습 기간도 2년 안팎에 불과해 전공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은 대체로 성적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작년 2학기 튜터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의 전공 성적은 전체 평균 약 0.18점 상승했다.    

건국대는 8월 2일 외국인 학생의 학습지원을 위해 다국어 전용 PC를 설치하는 ‘다문화 정보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상허기념도서관에는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6개 국어가 지원되는 다국어 전용 PC 25대가 설치됐다.  

본교 국제교류처 박혜진 과장은 “학교 내부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지도교수제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고민이 있기도 했다”며 “학생들의 전공 역량을 키우기 위해 각 전공 단위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의 학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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