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 신난다. 모두들 신나한다. ‘선배라면’이라는 카피를 만들어 낸 사람도, ‘선배라면’ 디자인을 하루 만에 만들어 낸 사람도, 방산시장에서 ‘선배라면’ 번들포장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포장지를 찾아 다녔던 사람도, 라면회사에 기획서를 준비하여 보냈던 사람도, 협찬사에서 온 라면 트럭에서 라면박스를 본관 지하창고로 옮기느라 동원되었던 사람도, 투명 봉투에 ‘선배라면’ 스티커를 붙이고 약정서를 넣어 포장하느라 밤늦게까지 깔깔거리며 자료실에서 야근을 하던 사람도...  휴, 참 많은 준비를 했는데 그 결실이 보여 참으로 신난다.

 

우리 대외협력처에서는 ‘선배라면 만원 이어달리기 캠페인’을 11월17일에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날이‘선배라면’의 공식적 출시일이다. 이화의 선배라면 누구나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달 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하였다. 11월11일에 교직원들에게 보낸 티저 광고를 보고 대협처 사무실로 두 명의 제자와 함께 찾아와 약정을 해 주신 첫 약정자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2억 3천만원이 넘었다. 이 칼럼이 실린 학보가 독자들에게 배달될 월요일에는 아마도 3억을 훌쩍 넘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희망한다.)

대외협력처 열 명 모두가 모여 한 달에 만 원 정도씩을 기부하는 소액모금 사업을 시작하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수많은 회의를 하였다. 장학금 모금 사업으로 하기로 하였다. 외부의 이해와는 달리 우리 캠퍼스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기금을 모금해 보자. 등록금만이 아니라 생활비까지 지원해 주는 ‘세대간 장학금’의 재원을 선배들이 모아보자. 우리에게는 18만 동창이 있는데 그 수가 힘을 합치면 불가능할 것이 없다. 만원도 물론 큰 돈이지만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 만원 정도의 기부를 한다고 할 때 그리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많은 자선단체들이 모금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많은 이들이 한 달에 1, 2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는 훈련을 하고 있는 터이다. 그리고 다단계 판매 사업의 원리의 장점을 활용하자. 대상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동창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그간 중년의 동창들은 학교발전기금 모금에 늘 많은 기여를 해왔으니 쉴 수 있도록 해주자. 그리고 시작점은 교내 교직원으로 한다. 그 이유는 젊은 동창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교수들이다. 또한 교내 교직원들이 시작점이 되어 본인이 참여하고 각자가 몇 명씩의 제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였을 때 가장 파급력이 클 것이다. 단대별로 참여하도록 하여 선의의 경쟁도 일어나게 하자. 재미나고 신나는 모금 활동을 하자. 참여하는 이들도, 모금을 권유하는 우리들도...

이 장학금 모금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화의 힘을 느낀다. 사례 #1: 모금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라 온 이메일 약정 사례이다. 두 사람의 주소가 동일하다. 그리고 성은 다르다. 생년월일로 봐서 한 사람은 50대 초반, 한 사람은 20대 후반, 이 두 사람은 모녀지간인 것 같고 두 모녀 졸업생이 따로따로 선배라면 이어달리기에 참여한 것이다. 사례 #2: 본관에 근무하시는 경비아저씨(우리는 그 분을 수호천사라고 부른다) 중 한 분이 어느 날 저녁 무렵 우리 사무실로 오셔서 악정서를 달라고 해서 가져가셨다. 그 다음날 한 구좌를 8년간 납부하시는 것으로 약정하셔서 가지고 오셨다. 사례 #3: 한 교수님이 10구좌씩, 그러니까 매달 10만원씩 정년 퇴임시까지 약정을 해주셨다. 총액이 천육백사십만원.

이화의 힘이 느껴진다. 지난 주 학회에서 만난 타 대학 교수님 한 분의 말씀이 이러한 장학금 모금사업 방식은 이화여서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크게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여자들만이 졸업생인 이화에서는 남녀공학의 남자 졸업생들에 비해 우리 사회의 대기업 CEO 등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가 말하듯이 우리만의 ‘뭉치는 힘’이 있다. 뭐라고 표현 하지는 못해도 독특한, 끈끈하게 뭉치는 그 뭔가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배라면’이 누구의 아이디어냐고 묻는다. 이화 124년 역사 속의 18만 동창이 탄생시킨 아이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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