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금) 이진주(통계·06)씨가 본교 자치신문 <Movement> 7호를 배포하고 있다.

중앙대·연세대·고려대·본교 등 일부 대학 내 학생들이 모금·광고수입 등으로 매체 발행비를 마련하거나 신생 매체를 만드는 등 매체의 자치권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는 1월 13일 발행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학교 본부의 입장을 전달받았다. 학내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보도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2월 2일 중앙대 본관 앞에서는 ‘대학언론 장례식’이 열렸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의 예산 전액 삭감을 계기로 대학가에서는 대학매체들의 자치권 미확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2~5월 본지와 중앙대 학보 <중대신문>,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은 각각 ‘대학 언론 자치권 위기’, ‘다른 대학은 언론자율을 얼마나 보장하나’, ‘흔들리는 대학언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대학신문> 3월 14일자 보도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송병춘 변호사는 대학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예산삭감 등은 명백한 자치권 탄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앙대 <중앙문화>는 12월 6일 다시 발간을 시작한다. 4월 25일에는 학내 구성원, 외부지지자들의 모금으로 무제호를 발간하기도 했다. 현재 편집장 포함 5명의 편집위원이 <중앙문화> 59호를 준비하고 있다. 재발간을 위해 학생지원처 산하의 언론매체부에서 독립했고, 예산확보 방식에서 자율납부제를 받아들였다. <중앙문화> 강남규 편집장은 “과거 언론매체부 소속 당시, 총장 승인을 이유로 검열을 당해야 했다”며 “현재는 언론매체부에서 탈퇴해 자체적으로 독립한 상태”라고 말했다. 강 편집장은 “59호에서는 중앙대의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 시위를 이유로 퇴학된 노영수 학생을 중심으로 다루려고 한다”며 “찬·반을 논하기 보다는 실천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중앙문화> 59호는 약 5천부 발행될 예정이다.

고려대 교지 <고대문화>는 <중앙문화>와 달리 창간 당시부터 학내자치언론을 표방해왔다. <고대문화>는 계간지 형태로 1년에 4번 발행된다. 이들은 1995년 발행을 시작한 후 재정권·인사권·편집권의 독립을 고수해왔다. <고대문화> 김성빈 편집장은 “편집권 등의 권리가 학생에게 있기 때문에 어떤 사안이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대문화>는 올해 ‘대학생에 적을 두고 있는 대학의 시장화’, ‘저임금 청년노동에 대한 담론이 대학 내부에만 국한된 현실’등을 다루기도 했다.

연세대, 본교 등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자체적인 발행 비용 확보를 기반으로 한 자치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연세대 일부 대학생들은 자치신문인 <연세通(통)>을 2004년부터 만들어왔다. 연세대 <연세通(통)>은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광고대행사를 통한 광고 수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연세通(통)>은 광고 수익으로 기자들의 취재비·운영비·비품 구입비 등을 충당한다. <연세通(통)> 변지민 편집장은 “학교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편집권의 완벽한 독립이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특정 사안을 선택하고 다루는 데 있어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본교생들도 올 초 자치신문인 <Movement>의 발간을 시작해 4면 분량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Movement>는 올해 3월 창간 이후 자체적으로 발행 비용을 충당해왔다. <Movement> 정나위 대표는 “창간 당시 학내·외의 사회적인 문제를 신문에서 다뤄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며“창간 이후 학내 학칙 개정·청소노동자 등의 사안들을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의 사비로 신문을 발행한 적도 있지만, 학교에 소속돼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앞으로도 지양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기구로 인정되면 검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에서는 온라인을 이용한 ‘웹진’ 형식의 자치언론이 창간되기도 했다. 이들은 작년10월 ~2월 7개 호를 발간 후 인력난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작년 서울대 자치웹진 <자하연잠수함> 창간을 주도했던 서울대 이한빛(정치·08)씨는 “대학 본부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웹진’이라는 온라인 매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 사회에는 독자적인 이슈나 담론 같은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이를 분석하는 주체는 학생들, 크게는 자치언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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