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 피해 사례 모아 헌법소원·소송 등 법적 대응 준비

본교를 포함한 7개 대학 학생들이 각 대학의 학칙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본교, 고려대, 국민대, 덕성여대, 숙명여대, 숭실대, 한양대 등 7개 대학 학생 약30명은 10월25일 ‘대학생 학칙개정운동 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학칙개정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학가에 여전히 비민주적 학칙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0월 1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대학 학칙은 아직도 유신시대’ 자료에 따르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학생들의 유신철폐투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비민주적인 독소조항이 일부 대학의 학칙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전국 4년제 국립ㆍ공립ㆍ사립대학(일반, 산업, 교육) 198곳을 대상으로 대학 학칙 및 학생 관련 규정을 조사해 과거 비민주적인 독소조항과 유사한 11개 학칙을 구분했다. 11개 조항 중 높은 비율을 나타낸 3개 조항은 ▲간행물 간행 및 배포 전 사전 승인(92.4%, 183교) ▲집회 사전 승인(81.8%, 162교) ▲게시물·광고 사전 승인(80.3%, 159교)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덕성여대(10개), 동덕여대 및 상명대(9개), 건국대 및 단국대(8개), 본교 및 고려대, 중앙대, 포항공대(7개) 등의 학칙에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 고려대, 숙명여대 등 일부 대학 학생들은 대학 학칙으로 인한 피해사례 수집, 서명운동 전개, 헌법소원·소송 준비 등 학칙개정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9월7일 학칙개정운동을 통해 일부 학칙 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본교 학칙개정위원회(학개위)는 9월 학칙개정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개위는 9월27일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공식단체로 인준된 후 총학생회(총학), 단과대학(단대) 대표와의 논의를 거쳐 ‘이화여대 민주학칙개정안(개정안)’을 작성했다. 이들은 개정안 작성을 위해 본교 학칙 검토, 반민주 학칙 및 시행세칙 예시조항작성, 자문변호사의 협조를 통한 개정안 검토 등을 해왔다. 개정안에는 ▲‘대학평의원회’ 설립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자격 제한 철폐 등의 개정사항 ▲민주적인 징계심의기구 구성 ▲등록금심위위원회 개설 ▲생리공결제 도입 등의 신설사항이 포함됐다.

총학은 중앙운영위원회의 ‘우리가 주인 되는 이화만들기(우주인)’ 프로젝트에서 선정한 8대 요구안 중 비민주 학칙 개정 항목에 학개위의 개정안을 포함시켜 학교 측에 전달했다. 정윤지 총학생회장은 “해당 내용에 대한 학생처와의 협의가 늦춰짐에 따라 구체적인 논의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학생처는 학칙 개정과 관련해 “교내·외 인사로부터 법률적 자문을 얻는 등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검토된 바로는 현행 학칙에 있어 헌법 소원의 대상이 되거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독소 조항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학칙개정운동본부(운동본부)는 10월 말 본격적인 학칙개정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약10개의 학칙 피해사례를 수집했다.

피해사례에는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및 현수막이 사전 예고 없이 훼손당한 것 ▲기자회견 등의 자치활동이 방해받은 것 ▲강연회의 개최 목적이 학교 측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강의실 대관을 봉쇄한 것 등이 포함됐다. 운동본부 임수진(법학·08) 본부장은 “학생회가 직접 요구해 강의실 대관이 일부 승인된 적도 있으나 학생들은 여전히 학내에서 반인권적인 사안들에 대한 토론을 금지당하는 등 자치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월부터는 단대 대표들과 협력해 학칙개정에 관한 유인물 배포와 서명운동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며 “내년 3월에는 총학과 연계해 본격적으로 학교 측에 학칙개정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10일(수) 고려대생을 대상으로 학칙관련 유인물 약 300장을 배포했다. 같은 시기 재학생 100명에게 학칙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숙명여대 총학은 민주학칙 개정운동을 통해 일부 학칙을 개정시키는 성과를 얻어냈다. 숙명여대 총학은 작년 11월 ‘학생 사찰’ 논란으로 학교 측과 마찰을 빚은 뒤 1월 민주학칙 개정운동을 벌였다. 3월에는 총 투표를 실시해 찬성 4천947표, 반대 790표, 기권 17표를 얻어 학칙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숙명여대 총학과 학생처 학생문화복지팀은 총 투표 이후 6개월 후인 9월7일 학칙 및 학생회칙 개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학생들이 학생단체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지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절차를 생략하기로 합의됐다.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의 총학생회장 및 총부학생회장 후보 출마도 가능해졌다.

숙명여대 강보람 총학생회장은 “총투표 이후 학생처장, 총장님과의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협의를 이끌어나갔다”며 “총학생회 세부회칙 등 계속해서 바꿔 나가야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본교 학개위, 고려대 운동본부, 숙명여대 총학 등이 연대한 준비위원회는 10월 25일부터 약 50개의 학칙 피해 사례를 모아왔다. 현재는 이를 토대로 헌법소원 또는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준비위원회 박현서(법학·06) 회장은 “대학 측의 자의적인 권한행사에 학생들이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앞으로 다른 대학들의 참여도 독려해 좀 더 큰 규모의 집단 대응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kke1206@ewhain.net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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