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씨가 사망한 지 약2주가 흘렀다. 고인의 갑작스런 죽음 후, 생전 고인의 음원 수익에 대한 논란이 네티즌 사이에 화두로 자리 잡았다. 고인의 음원 수익료가 일정 금액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싸이월드’측으로부터 음원 권리료를 도토리로 대신 받았다는 것이 주 내용인데, 논란은 ‘싸이월드’측의 해명으로 결국 해프닝임이 밝혀졌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듣는 이라면 이 해프닝이 단순하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내 인디 뮤지션들의 수익료는 갑자기 뜬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주 공연장인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출연료는 받지 않는 것이 관례다. 그래도 이들은 한 번이라도 공연 하는 것이 어디냐며 기회를 찾아 나선다.

공연 입장료의 수익은 클럽 유지비로 거의 사용된다. 뮤지션들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수입은 앨범 판매 수익료, 디지털 음원료, 행사비인데, 이마저도 뮤지션에게 할당되는 비율은 극히 적다.

도토리, 이건 먹을 수도 없는 / 껍데기, 이걸로 뭘 하란 말야 / 아무리, 쓰레기 같은 노래지만 / 무겁고 안 예쁘니까 /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어 /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반찬 먹게 해줘 / 도토리 싫어 라면도 싫어 다람쥐 반찬 싫어 고기 반찬이 좋아 / 나는 무겁고 안 예쁘니까 뭘 해도 마찬가지 / 하루 하루 살아 있는 게 기적 같아 고맙지만 /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어

논란의 중심이 됐던 故 이진원 씨의 ‘도토리’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물론 가사에서의 도토리가 싸이월드 내 사이버 머니로 유통되고 있는 ‘도토리’가 아니더라도, 해당 가사에서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배고픔, 절실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애플사가 개설한 아이튠즈(iTunes store)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음원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서비스로, 올해 초 음원 다운로드가 100억 곡을 넘었다.

아이튠즈의 수익 구조는 이렇다. 음원 당 30%의 수익은 아이튠즈, 70%는 뮤지션과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가격은 곡당 0.99달러(한화 약 1,150원)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 사업자들은 수익의 50%를 가져가는 데다 한 곡당 가격은 평균 500~600원이다.

또한 연합뉴스 16일자의 ‘디지털 음원 수익배분 재부상’기사에 따르면, 국내 음악사이트의 경우 다운로드와 스트리밍(무제한 듣기)을 결합한 ‘음악 40곡+무제한 듣기=월 7천원’, ‘음악 150곡 다운로드=월 9천원’등의 월정액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음원 다운로드의 저가 경쟁을 부추겼으며 음원 생산자의 몫은 곡당 몇십 원 부터 몇 원까지 추락했다. 서비스 사업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음원 생산자와 뮤지션의 수익은 국내에서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15일 국회의 예산심사 자리에서 “창작자들은 돈을 못 버는 구조인 반면 불법 다운로드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은 연간 1조4000억 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작 창작자들은 돈을 못 벌어 죽어가고 있는데 1조 이상의 돈은 불법유통으로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더불어 “우리 정부가 온라인상 불법유통을 제대로 막고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국내 뮤지션은 음악을 생업으로 삼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일명 투잡(Two Jobs, 본업 이외에 부업을 가지는 것)으로 음악적 활동을 간신히 이어 간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가 그야말로 참 어려운 현실이다.

음원을 사서 듣자. 이왕이면 국내 시장이 바뀌지 않는 한 아이튠즈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CD를 구입하는 것이다. 한 곡만 사서 듣는 것이 아니라 뮤지션의 열정이 듬뿍 담긴 완성품을 들어보고 소장 가치를 느낀다면, 한 달 용돈에서 CD 몇 장 사는데 드는 돈이 과히 아깝진 않을 것이다. 음악이 여전히 무료라는 인식을 버리자. 대중이 유료 시장으로 들어와 수익이 뮤지션들에게 제대로 돌아갈 때에야 수익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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