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통계분석자료집에 따르면 작년 4년제 대졸자 중 비정규직 취업자는 6만7천894명이었다. 2006년 4만183명이었던 대졸자 비정규직은 지난 4년간 68%의 증가세를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10월 발표한 ‘2020국가고용전략’을 통해 내년 중으로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파견업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후년에는 비정규직으로 추산되는 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해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이 가장 낮은 한국의 경우 노동유연성 개혁을 필수적으로 단행해야한다”고 권고했다. 1998년 이후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집단해고가 허용됐지만 해고를 어렵게 하는 규제가 여전히 많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유럽의 환자’로 불렸던 독일은 2007년부터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유럽의 새로운 경제 성장 축으로 등장했다. 메르켈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메르켈 정부 집권기에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2005년 0.9%에서 2007년 2.5%로 크게 높아졌다. 동일 시기 독일의 실업자 수는 100만 명이 줄었다.

현 정부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독일 및 유럽의 상황과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현저하게 다르다. 유럽의 경우 비정규직화 된 노동자들의 복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돼있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이러한 복지 시스템은 매우 열악하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60.9%다. 또한 국제노동기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임시직 비율은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연간 노동시장과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 산재 사망자 수 등은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의 유연화가 이뤄져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그 이전에 선행돼야할 것이 있다. 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의 개선이다. 행정학과 송희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시스템의 구축에서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진입권 확보와 상승 이동할 수 있는 계층적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송 교수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승 이동하지 못한 채 하위계층에서 맴돈다는 점은 현 복지 제도의 한계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복지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기존 정규직 취업자들은 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고용시장 유연화는 묘연한 과제가 될 것이다. 세계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파견근무직 범위의 확대가 아니다. 파견근무직 범위 확대로 인해 비정규직화 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복지적 보완장치의 구비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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