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혼 여성입니다. 결혼하지 못한 미혼 여성이 아닌,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 여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립된 섬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홀로 꽃필 수도 있고, 함께 꽃필 수도 있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입니다.(비혼 선언문 중 일부)”

정현희(서울시 마포구·29)씨는 국내 비혼 운동을 주도하는 여성운동 단체 ‘언니네트워크 (unninetwork.net)’의 운영위원이다. 그는 2007년 ‘비혼여성축제’의 일환으로 개설된 비혼 커뮤니티 ‘비혼으로 잘 살기’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비혼으로 잘 살기’는 현재 497명의 회원이 가입해 생활정보를 나누고 있다. 정현희씨를 17일(수) 오전10시 마포구 동교동 ‘언니네트워크’사무실에서 만났다.

‘언니네트워크’는 2005년부터 비혼에 대한 문제를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초기 비혼 운동은 여성가족부 개편 문제가 불거지며 시작됐다.

정씨는 “당시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는 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가족의 의미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며 “비혼 운동은 여성가족부 개편 논란과 함께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비혼여성축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비혼 여성들과 함께 비혼선언문을 낭독하고 비혼을 선언했다. 비혼 선언 이후 그를 비롯한 비혼 운동 활동가들은 비혼자를 소외시키고 있는 정책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문제시되고 있는 정책은 비혼자의 전세금 대출 및 주택 청약 제한 등이다.

그는 “미혼이라는 단어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낙인과도 같다”며 “비혼으로 살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비혼 운동의 목표로 관심을 돌린 곳은 비혼 여성 공동체다. ‘비혼이 누구인가’에서 ‘비혼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초점이 이동한 것이다.

정씨는 “공동체는 누가 짝지어 주는 것이 아닌 자연발생적 모임”이라며 “공동체를 통해 비혼 여성들이 서로 관심사를 공유하고 인생 계획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11년에 열릴 비혼 여성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아직 자세한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혼 여성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비혼 여성들의 삶과 노후에 대해 사회적 지지 체계가 미흡하다”며 “비혼 여성 행사를 통해 비혼으로서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갈 방어력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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