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의 마녀사냥
정보화 시대의 마녀사냥
  • 김지연(철학·07)
  • 승인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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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1년, 잔다르크는 재판에서 마녀로 낙인 찍혀, 이단 선고를 받고 프랑스 루앙에서 화형을 당하였다. 잔다르크의 끔찍한 마녀사냥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중세시대의 야만성에 놀랐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야만적 행위를 넘어서 인간이 인간답게 이성과 합리성이 있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고 현재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비합리성을 뛰어넘은 이성적인 인간으로서 살고 있는 걸까?

사건이 거의 일단락이 된‘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사건은 아직도 현대인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일례로 나타난다.‘타진요’회원들은 작년 8월부터 가수 에픽하이 소속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하였고 법정 문제까지 치닫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타블로가 직접 의혹을 풀기 위해 나섰고 최근‘타진요’ 회원들 중 1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이 사건이 필자에게 놀라웠던 점은 타블로의 학력의혹이라든지‘타진요’회원들의 광적인 집착이 아니었다.‘타진요’사건을 대하는 대중들의 태도였다.

‘타진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들은‘그냥 학위증명서를 보여주면 되잖아.’ 라며‘타진요’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이 사태가 거짓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타블로가 자신의 졸업을 증명하자, 대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태도를 바꿨다. 타블로에게 항의하던 다수의 댓글들은 그를 지지하는 댓글로 변했다. 필자는 여기에서 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넘어선 폭력을 발견했다. 대중들은‘타진요’사건에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발언하지 않았다. 그들은‘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라는 무책임한 생각과 이를 기반으로 오로지 군중과의 동의를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 수많은 군중과 합일된 의견을 가질 때 그들은 안정감을 느꼈고 따라서 자신의 발언에 폭력성이 있는지 편견은 없는지에 대한 재고가 없었다. 현대판 마녀사냥이 일어난 것이다.

일명‘신상털기(개인의 신상정보가 네티즌들에 의해서 낱낱이 공개되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로크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모두가 판결권과 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해 전쟁상태가 도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대 인터넷 사회야말로 그러한 전쟁상태다. 대중들은 타인의 신상을 턴다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 오로지 대중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타인의 옳고 그름을 따져 한 사람의 신상을 턴다는 것을 정당화 시킨다.‘그(혹은 그녀)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혹은 대중이 그어놓은 윤리의 한계선을 넘었기 때문에 그의 신상을 털어도 된다.’ 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신상털기’를 목적으로 한 글들은 그 글이 주는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재고도 없이 대체로 군중들에게 처벌을 요구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엘리아스 카네티의『군중과 권력』에 따르면 이러한 군중들은 추적 군중으로 분류된다. 추적 군중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이유는 목표물에 비해 군중이 우세하므로 위험부담이 따르지 않고 중세의 사형집행과 같이 공동으로 살해를 하기 때문에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엘리아스는 추적군중이 오늘날에는 신문독자라는 형태로 존속하고 있으며 더 온건해지고 또한 현장으로부터의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 때문에 더 무책임해졌다고 말한다. 이름하야 가장 비열한 동시에 가장 안정된 군중인 것이다. 그는 이 책을 1960년에 출간했다. 2010년 현재 우리는 장소를 옮겨 인터넷에서 매일 자극적인 기사를 찾아 클릭하고 누군가 돌팔매질 할 상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증거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에 의해 기소된 인터넷 명예훼손을 보면 1심 사건이 2007년 380건, 2008년 422건, 2009년 467건으로 같은 기간 22.8%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본교생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퍼진 우리 학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에 분노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터넷 속 추적군중에 익숙할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사람들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고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유해야 한다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다수의 현상에 대해 대중은 다수의 의견이라는 상투적인 주장에 숨어서 군중의 파괴욕을 행사하고 있다. 단지 군중의 파괴욕에 이끌려 군중 속에 숨어버리기만 한다면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에 돌팔매질한 이들이나 우리나 야만성에 있어서는 같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합리적인 사유를 통해 현상의 총체적 근거를 검증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의 기준에 부합한 결론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자극적인 소재일수록 다수의 의견에 문제점은 없는지 항상 경계하고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