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법 찾지 못한 사람들 넘쳐나는 사회
대화법 찾지 못한 사람들 넘쳐나는 사회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0.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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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행인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외로움을 한껏 부추기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계절을 맞이해 글쓴이는 지인의 해묵은 연애 이야기 하나로 이번 상록탑의 서두를 시작해볼까 한다.

그 해 겨울까지 내 룸메이트 A씨의 남자친구였던 B씨는 센스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연애경력이 전무했던 그는 달콤한 연애멘트를 구사할 줄도 몰랐으며, 연애를 주도할 줄 아는 능력 또한 없었다. B씨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A씨를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는 일. 본교 기숙사 한우리집은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기숙사까지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언덕과, 끝없는 계단들을 올라가야한다. B씨는 항상 지하철 막차시간이 지나더라도 A씨를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고 집으로 가곤 했다. 글쓴이는 그런 남자친구를 둔 B씨를 부러워했지만 A씨는 B씨를 ‘미련하다’는 말 한마디로 평가했다. 결국 두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 채 그 해 겨울 헤어졌고, 기숙사를 나오게 된 글쓴이 역시 A씨와 연락이 한동안 뜸해졌다.

얼마 전 글쓴이는 연락이 뜸했던 A씨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글쓴이가 A에게 들었던 말은 다음과 같았다.“아마 B에게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미련함'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 그때는 그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

 이 엇갈린 두 연인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이 두 사람의 문제점은 서로의 대화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는‘사랑’을 말로 표현해주길 바랐지만 B씨는‘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을 사랑의 대화방식으로 여겼다. 상대의 대화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던 두 연인의 이야기는 1년 뒤의 한숨으로 남았다.

A씨와 B씨의 이야기는 비단 두 연인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에는 서로의‘대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와 진보, 2030 청년층과 4050 아버지세대, 정부와 국민, 빈자와 부자...생각해보면 이들 역시 이 두 연인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 몇 년간 이어져왔던 미국산 쇠고기, 세종시 이전, 용산 철거민 참사, 무상급식, 천안함 폭침, 4대강 등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이들은 양자 간 제대로 된 ‘대화방식’을 찾지 못한 채 다투고 분열해왔다. 서로의‘대화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이 ‘한국어’를 쓴다고 해서 제대로 된 대화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표면적인 말들 보다 더 많은 것들이 오고간다. 대화에는 그들이 살아오면서 듣고 보고 겪은 모든 바들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말’만 들었다면 그 사람은 상대의 대화방식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상대방의 대화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대화방식을 고집할 때 모든 오해와 갈등은 싹트기 시작한다.

오해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는 제대로 된 대화의 복원이다. 대화의 복원을 위해서는 개방적 사고와 맥락을 고려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갈등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을 중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버리고 개방적인 시각으로 상대를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대화가 형성된다. 또한 대화는 그것이 발생된 맥락을 파악해야 그것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떠한 상황에서 그러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악하도록 노력해야한다.

하물며 두 개인 간의 소소한 관계에서도 상대의 대화방식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데, 다양한 개인들의 합으로 이뤄진 두 집단 사이의 대화의 구축은 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양자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대화가 없는 집단들의 합은 오히려 갈등을 유발시켜 통합을 저해할 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 더 모여 다가오는 올해 겨울이 조금이나마 더 따뜻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