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월)~12일(금) 무용채플, 11일(목) 월례회 개최…무대의상·조명·음악·안무 등 만들어 스스로 세운 무대부터, 신을 향한 대강당 채플에 이르기까지의 몸짓

무용과 학생들의 춤사위가 가을 이화 교정을 물들였다. 무용과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준비한 무용채플이 8일(월)~12일(금), 무용과 2학년 학부생들이 준비한 월례회가 11일(목) 진행됐다. 무용과 학생들의 10일(수)~11일(목) 연습현장을 찾았다.

△23분을 위한 60시간의 땀과 노력…무용채플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10일(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무용과 발레 전공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
대강당의 불이 꺼지자 학생들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커튼이 걷히고 음악이 흘러 나오자 무대 가운데 모여있던 무용수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대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조명 아래, 무용과 학생들의 땀과 노력이 손끝에서 빛났다.

무용과 학생들이 2개월 동안 준비한 무용채플 '아가(娥歌)’가 8일(월)~12일(금) 대강당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에는 수석 무용수인 조정희(무용전공 박사과정·전 유니버셜 발레단 수석 무용수)씨를 포함한 발레전공 대학원생 5명과 학부생 16명이 참여했다. 서울 발레씨어터 정운식 수석 무용수도 특별 출연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다음날 공연 준비에 분주한 이들을 10일(수) 만나 봤다.

오전 7시. 근육을 몸을 풀고 있는 무용과 학생들의 열기로 체육관 홀Ⅴ가 훈훈했다. 학생들은 클래식 음악에 맞춰 봉을 잡고 왼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들의 가지런한 움직임이 공기를 가르고 선(線)의 미학을 만들어냈다.

오전8시. 무대 리허설을 하기 위해 대강당 분장실로 하나둘 자리를 옮겨 분장을 시작했다. 이민경(무용·10)씨는 “입학 전에는 분장팀이 공연 화장을 해줬는데 지금은 스스로 화장을 해야해요. 전문적으로 화장을 배운 게 아니라 어색해요”라며 웃었다.

포인트슈즈를 신고있는 곽경가(무용·10)씨

이들은 분장 도중 배고픔을 달랜다. “또 야야?(또 야채김밥이야?)”실망한 듯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리허설 전까지 이렇게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한다. “베이스만 바르고 나가는게 좋을 것 같아.”손예운(무용·10)씨는“이곳에서 분장을 하면서 서로 조언도 해주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며 “시간이 없을 때는 반쪽만 분장을 하고 리허설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 40분. 흰색 쉬폰치마들이 대강당 무대 위에서 너울댔다. “에너지를 더 부드럽게 써보세요. 음악하고 같이 호흡!”조기숙 교수(무용과 발레전공)의 시선이 대강당 무대 위 학생들에게 고정됐다. 학생들은 음악에 맞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리허설 전 장난기 가득하던 학생들의 눈빛도 어느새 진지해졌다. 토슈즈로 바닥을 차고 오르는 학생들의 몸놀림은 절도있고 섬세했다.

무용과 학생들은 9월27일부터 2달 가까이 무용채플을 준비해왔다. 10월 5째주까지 일주일에 3번 하루 3시간씩 연습했다. 연습 시작 후 1~2주는 공연 순서를 익혔다. 그 후에는 줄, 시선, 손끝, 발끝, 몸 각도 하나하나까지 서로 맞춰보는 연습을 했다.

코리페(Coryphee, 군무의 주역 무용수) 최승윤(무용·07)씨는 “무용은 섬세한 부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길다”며“무대에 올라가면 몸동작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주역인 조정희씨는 “아가서를 풀이하는 과정이 어려웠지만 채플 무용이라 다른 공연에 비해 경건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조씨와 12년정도 호흡을 맞춘 정운식씨도“오랜만에 학생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라 감회가 새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10일(수) 대강당 옆 분장실에서 학부생들이 공연 화장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손예운(무용·10)씨가 무대 리허설과 공연을 위해 분장 중이다.

 

 

 

 

 

 

 

△무대의상, 조명, 음악, 안무까지 스스로…무용과 2학년 학생들의 땀방울로 세워진 월례회
“마지막 안무는 뭘 의미하는 거야? 다시 해봐! 마지막 안무 이상해.”

김명숙(무용과) 교수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조명과 음악이 동시에 멈추면서 체육대학(체대) 홀Ⅰ에 순간 적막이 흘렀다. 마지막 안무를 다시 맞추기 위해 학생 3명이 시선을 교환했다.

무용과 2학년 월례회를 하루 앞둔 10일(수) 체대 홀Ⅰ에 발레부문 3팀, 한국무용부문 2팀, 현대무용부문 3팀 등 학생 약40명이 모였다. 공연을 앞두고 조명과 안무를 맞춰보는 리허설을 하는 자리였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흘러나왔다. 살구색 원피스를 입은 발레 정찬미(무용·09)씨 팀 7명이 음악에 맞춰 무대에 등장했다. 월광 소나타의 박자가 빨라지면서 발목부터 허벅지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는 안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마지막 순간 조명이 꺼지면서 학생들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살색 레오타드(수영복 형태로 발레를 할 때 입는 여성 의류)만 입은 학생들은 관람석에서 봤을 때  흡사 나체인 것처럼 보였다.
다음 차례로 아크릴 상자 안에 갇혀 있는 학생이 등장했다. 영화 ‘하녀’, ‘악마를 보았다’등의 배경음악을 편집해 만든 곡이 실내를 채웠다. 현대무용부문의 남지연(무용·09)씨 팀 4명이 등장했다. 그들은 아크릴 상자 안에 서 있는 학생을 천천히 둘러쌌다. 상자에 갇혀있던 이은교(무용·09)씨는 검은 천을 들고 있었다. 남씨는 검은색 풍선, 흰색 풍선을 하나둘 꺼내 손에 들었다. 남씨는 아크릴 상자 밖에 있는 학생들에게 풍선을 한 개씩 건넸다. 풍선은 그들의 춤과 함께 어우러졌다.

이어 손보람(무용·09)씨가 관람석에서 무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손씨의 움직임에 맞춰 여자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혀로 입천장을 부딪히면서 내는 ‘딱딱’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한국무용 부문의 민빛나래(무용·09)씨 팀 5명이‘딱딱’소리에 따라 오른팔과 왼팔을 들어올렸다 내리면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5명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혀로 내는‘딱딱’소리도 빠른 박자로 울려 퍼졌다.   

이날 정찬미씨 팀, 남지연씨 팀, 민빛나래씨 팀 외에도 현대무용 부문의 기유진(무용·09)씨 팀, 황희진(무용·09)씨 팀과 발레부문의 김가람(무용·09)씨 팀, 임지은(무용·09)씨 팀, 한국무용 부문의 송은혜(무용·09)씨 팀 등 8팀이 그간 연습한 실력을 어김없이 발휘해보였다.   

10일(수) 조명 리허설을 하고 있는 한국무용부문의 송은혜(무용·09)씨 팀

 

 

 

 

 

 

 

 

 

 

월례회가 학생들의 독창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무대인만큼 작품에 쓰인 소품도 다양했다. 황희진(무용·09)씨와 김나희(무용·09)씨 2명으로 구성된 현대무용팀은 작품의 의도를 잘 드러내기 위해 무대를 가로지르는 고무줄을 사용했다. 황씨는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과 대화를 외면하는 사람이 소통하는 과정을 안무로 나타내고자 했다”며 “고무줄은 소통을 위한 매개체를 상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람(무용·09)씨, 이지숙(무용·09)씨, 권유상(무용·09)씨로 구성된 발레팀도 은색 의자를 사용해 약에 취한 행복감과 우울함을 표현했다.

월례회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 공연 준비에 한 달 이상을 투자했다. 무대 의상, 조명, 음악, 안무를 직접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송은혜(무용·09)씨 팀은 공연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고 동대문 시장에서 천을 사왔다. 송씨는 “길을 주제로 한 공연 의도에 맞는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직접 긴 빨간색 치마를 디자인했다”며 “팀원들과 모여 옷을 디자인하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가람씨는 “팀원들과 5시간 동안 1분30초 분량의 안무를 만들었다”며 “발레 느낌을 살리면서 팀원 모두 잘 표현할 수 있는 안무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2학년 월례회를 준비한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지만 오래 준비한 기간만큼 남는 추억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정찬미씨 팀은 4일(목) ‘경비 습격 사건’을 잊을 수 없다. 공연을 앞두고 시간이 빠듯했던 정씨 팀이 체대 홀Ⅰ 폐관 시간인 오후11시 넘어서까지 몰래 숨어 연습하다가 경비원에게 들킨 것이다. 정씨는 “공연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 자정 넘게까지 숨어서 연습했었다”며 “경비 아저씨한테 들켜 혼나고 연습했던 그날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임지은씨는 “연습 일정으로도 시간이 빠듯해 잘 놀러다니지 못했다”며 “스트레스가 쌓여서 비트가 강한 한국무용팀의 공연 음악에 맞춰 친구들과 클럽에 놀러 온 것처럼 춤췄던 일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무용과 2학년 학부생들은 11일(목) 월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관람객들은 무용과 학생들의 몸짓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 선 2학년 무용과 학생들은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무용단이었다.

10일(수) 조명과 안무를 맞춰보고 있는 현대무용부문의 남지연(무용·09)씨 팀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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