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선본의 의지 저하 우려…선택 폭 좁다” 중선관위“홍보 활발히 해 민주적 총학 건립 돕겠다”

22년 만에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단일 선본이 출마했다.

23일(화)~24일(수) 치러질 예정인 제43대 총학 선거에 ‘다른 이화’선본이 단독으로 출마했다. 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일 선본 출마는 1988년 3월에 치러진 제20대 총학 선거 이후 22년만이다.

학생들은 단일 선본으로 치러질 이번 총학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 폭이 좁아진 것을 아쉬워했다. 선본 간 경쟁이 없는 이번 선거에서 공약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예리(정외·08)씨는“단일 선본은 모든 이화인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보기 힘들고, 당선이 되더라도 반감을 가진 학생들이 많을 것 같다”며“단일 선본 출마로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져 아쉽다”고 말했다.

권태은(경제·08)씨는“단일 후보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한정시켜 공약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며“경쟁자가 없는 총학 후보 선본의 달성 의지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단일 선본 출마로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느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한울(교육·08)씨는“단일 선본 출마는 총학 선거뿐만 아니라 총학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반영한다”며“총학이 그 영향력이나 학생들의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경선으로 치러진 예년 선거들과 극명하게 비교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단일 선본 출마를 학생들의 정치 무관심으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정나위(사회·07)씨는“총학 선거 상황은 매년 다를 수 있는 것”이라며“단일 선본 출마 자체가 총학생회의 위기나 정치적 무관심을 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총학 선거에 불참을 시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성아(중문·08)씨는“선본이 하나뿐인 탓에 공약을 봐도 뽑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단일 선본 출마로 선거나 투표에 대한 열의가 줄었다”고 말했다.
박서연(사회·09)씨도“등록금 인상설, 파주캠퍼스 논란 등이 불거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양한 공약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는 학생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활발한 선거를 위해 힘쓰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윤지 중선관위원장은“단일 선본 출마로 열띤 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고, 학생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수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민주적인 43대 총학 건립을 위해 중선관위는 정책 공청회, 대중 유세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선거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단일 선본으로 치러지는 총학 선거는 본교뿐만 아니라 최근 대학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총여) 선거는 2004년~작년 6년간 단일 선본으로 치러졌다. <연세춘추>는 9월6일자‘총여가 걸어온 길’기사를 통해“그간의‘경쟁의 부족’이 총여의 고립과 정체를 심화시키지 않았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치러진 연세대 원주캠 제24대 총학 선거에도 1개의 선본만이 출마한 바 있다. 

성균관대 총학 선거에서는 2007년, 2008년 잇달아 두 해에 모두 단일 선본이 출마했다. 2007년 성균관대 제40대 총학 선거에는‘S-energy’선본이 단독 출마했었다.

<성대신문> 2007년 12월5일자 보도에 따르면‘S-energy’선본은 성균관대 총학 선거 역사상 최초의 단일 선본이었다. <성대신문>은 그 해 11월 사설에서 단일 선본 출마에 따른 우려를 표했다. <성대신문> 11월28일자 사설은“여러 후보군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더 나은 정책이 개발되고, 구성원들은 각 후보군의 공약을 비교해 자신이 속한 사회의 비전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 선거의 가치가 있다”며“단일 선본은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비록 단일 선본만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선본이 내세운 정책이나 공약을 꼼꼼히 검토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거 파행으로 두 차례의 선거가 치러진 2008년 성균관대 제41대 총학 선거에는 두 번 모두 단일 선본이 출마했다.

고려대 서창캠 총학 선거에서도 단일 선본 출마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제19대 총학 선거에 단독으로 입후보한 선본이 당선된 바 있다.

본교에서 총학 선거에 단일 선본이 출마한 경우는 1988년 제20대 총학 선거 이후 처음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동문 ㄱ씨는 1988년 20대 총학 선거에 단일 선본이 출마한 이유로 1987년 대통령 선거(대선)를 꼽았다. 1987년 대선에 야권 후보로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나왔지만 후보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러한 야권의 분열을 틈타 노태우 후보가 제13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ㄱ씨는“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로 민주화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정치권은 물론 학생 운동에서도 이에 대한 후유증이 심했다”며“때문에 총학 선거에 후보로 나올 의지를 가진 학생들이 적어 단일 선본이 출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슬기 기자 redwin202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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