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한국 사람들이 ‘앵콜’이라고 발음하는 encore는 프랑스어고, 그 프랑스식 발음은 ‘앙꼬르’다. 이 앙꼬르(encore)는 11세기에 ‘이 시간에’라는 뜻을 가진 속어 라틴어 힝카도람(hincadhoram)에서 나왔는데, 이 라틴어는 ‘여기부터’라는 뜻의 hinc, ‘까지’라는 뜻의 ad, ‘시간’이라는 뜻의 hora를 붙여 만든 말이다. 그래서 프랑스어에서 앙꼬르는 ‘아직까지’라는 의미의 부사로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너 숙제 다 했니?’라고 물어 볼 때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빠 장꼬르’(Pas encore)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 단어를 대개 음악회에서 사용하는데, 연주가 끝난 후 청중들의 갈채에 대해 보답하는 의미에서 연주가가 같은 곡을 한 번 더 연주하거나 프로그램에 있지 않은 다른 곡을 연주하도록 요청하는 말로 쓰인다. 참고로, 이런 관행은 17세기 오페라에서 아리아를 반복한 데서 유래하여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런 경우에 프랑스 사람들은 ‘앙꼬르’라고 연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두 번’이라는 뜻의 라틴어 ‘비스(b?s)’를 사용한다. 연주자가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관중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치면서 박수 소리에 맞추어 ‘비쓰’를 연이어 외치고, 그러면 연주자가 다시 나와 연주나 인사로써 관중의 환호에 답한다.

한편, 우리가 ‘앙코르’라고 외치는 것은 아마 미국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영한사전에서 encore를 찾아보면 “재청·재연주(의 곡)”이라고 나와 있지만, 정작 불한사전에서 그런 설명은 없기 때문이다. 영어 encore는 프랑스어 단어가 영어권으로 들어가 불어권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고,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은 영어권의 이런 사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이력서’라는 의미로 자주 쓰는 헤쥐메(resume) 역시 이런 사례 중 하나로, 프랑스에서는 ‘요약’이라는 의미로만 사용할 뿐 ‘이력서’라는 의미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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