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족 ’혹은 ‘국가’ 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아간다. 개인은 그 안에서 맡은 역할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에서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4일, 李 대통령은 태릉 선수촌을 방문하여 박태환 선수 등 훈련에 매진하는 대표 선수들에게 국가 차원에서의 격려 인사를 건넸다. 여자 역도 장미란 선수는 디스크 부상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역도의 자존심을 지키겠다 ”는 일념 하에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각 국가의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은 대표라는 자긍심을 가지며 자기 자신의 명예와 더불어,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국민들은 자국과 타국의 선수를 구분 짓고, 자국의 선수들이 우승을 거머쥐기를 응원한다. ‘민족’ 과 ‘국가’ 에 대한 소속감은 각 개인의 행위에 긍정적 동기가 되고, 집단 전체의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 양식이 발생하는 이면에는 ‘배타성’ 이라는 성질이 존재한다는 점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배타성은 언제부터,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형성된 것인가에 관해서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이를 크게 분류하여 민족이 ‘형성된 것’ 이라는 견해와‘형성한 것’이라는 견해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민족이 ‘형성된 것 ’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민족은 인간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 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自와 他를 구분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보장하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틀’을 형성하려는 목적에 근거한다. 따라서 민족이란 개념은 개인이 자신의 편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가까운’ 타인과 협력하여 사회의 발전을 모색하도록 도모한다. 개인들은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며 자신의 민족 외의 개인, 집단과 경쟁하고 승리의 성취감을 느낀다. 이는‘민족’이라는 공동체적 단어에 자신을 포함시키고, 친밀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민중의 시각’ 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민족을 특정 집단이 의도적으로 ‘형성한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 민족’ 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족이란 개념은 베네딕트 앤더슨이 지적한 것처럼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동체일 뿐이며, 특정 권력 집단이 분산되어 있던 개인들을 하나로 밀집시켜 통치하기 쉽도록 만든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가 특정 민족에 대해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민족과 다른 민족 사이에는 명확한 구분 기준이 없고, 한 민족 내에서도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다양한 문화와 생활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족이라는 것은 권력 집단들이 한 집단 내의 분열을 잠재우고 통합시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만든‘인위적으로 형성한 결과’이다. 이는‘민족’을 외부에서 관찰하고 분석한다는 점에서‘권력자적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와 너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현대에서는 ‘민족’ 이라는 개념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 수단의 발달과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블록의 형성으로 국경, 민족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남과 나를 구분하는 ‘배타성’ 은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배타적 태도는 나와 남을 단순히 구분한다는 일차적 단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차별하는 부정적 단계에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유태인 학살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민족주의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되어, 다수자로부터 분리된 소수자가 모두 동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차별을 받게 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따라서‘민족’이 불변의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안정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차적인 수준에서 활용하여야 한다. 즉, ‘한 민족’ 이라는 데서 오는 타인과의 친밀감과 소속감은 개인의 정서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지만, 이러한 민족의 구분이 다른 이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만큼 극도의 배타적 시선으로 치달아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개인들은‘민족’에 의한 배타적인 구분 보다는, 열린 시각으로 自와 他의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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