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축소발표,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축소 백지화 등으로 최근 온 사회가 시끄러웠다. 축소발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발했던 것은 신분 상승의 길로 여겨졌던 공직사회의 문의 닫히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을 더욱 뿔나게 만들었던 것은 기존의 필기시험이 보장했던 선발 과정의 투명성이 ‘전문가 채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행정고시는 공개된 필기시험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선발의 투명성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전문가 채용’의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니 자연히 학벌, 집안배경 등이 결과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의혹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련의 과정에서 우연찮게 발생한 ‘유명환 장관 딸 특혜’사건은 ‘전문가 채용’과 비슷한 성격을 띠는 특채가 가지는 부정적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채의 경우, 선발과정의 속사정이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선발 과정의 투명성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선발의 투명성 문제는 비단 행정고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대학가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 불투명한 선발이라는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작년 11월 국회입법조사처(입법조사처)는 한국 입학사정관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입학사정관제의 바람직한 운영을 위한 제언’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의 입학사정관제의 특징은 ‘자유재량’과 ‘불투명성’이다. 자유재량은 입학사정관이 종합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뜻이며, 불투명성은 선발의 내부과정이 대중에게 낱낱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입법조사처는 당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입학사정관에 의한 자유재량은 보장하되 단기간 내 제도화가 필요한 여건상 선발 정보는 상세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입학조사처가 선발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 이유는 입학사정관제 선발과정의 불투명성을 우려해서다. 이 불투명성은 대학들이 일반고보다 특수목적고(특목고) 학생들을 선호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지난해, 일부 대학은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한 선발과정을 채택했다.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9월26일 발표한‘대학별 입학사정관제 전형 현황’에 따르면 2010학년도 입시에서 일부 사립대학들이 외고 학생, 과고 학생에게 유리한 글로벌전형, 과학특기자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운영했다. 이는 편법 선발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입학사정관제는 교과영역, 수능 등이 개별 학생들의 잠재력을 모두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 하에 시작됐다. 하지만 선발 학생들의 잠재력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입학사정관제 선발과정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의혹이 불거졌던 불투명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은 입학사정관들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평가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선발과정, 선발결과의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은 매년 늘고 있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은 40개 대 약4천500명이었고,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86개 대 약2만1천명이었다.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이 수시입학 인원의 1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선발 인원의 증가는 입학사정관제가 겪고 있는 불투명성의 문제가 대학 사회 전체가 겪게 될 문제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대학가에 번지는 입학사정관제의 확대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대학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가 갖는 특징인 불투명성을 악용, 대학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는 대신 전형기준, 선발과정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대학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유명환 장관 딸 특혜’사건에서 국민들이 공직 사회에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선발과정의 투명성이었다. 입학사정관제가 장기적으로 수험생, 대학생, 그리고 더 나아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대학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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