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씨 “한국,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잇는 다리 될 것”… 정나위씨 “유상원조 형식으로는 주도적 지원 불가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1일(목)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G20 정상회의는 경제에 관한 최고 협의회로, 미국·영국 등 7개 선진경제국(G7)을 비롯해 우리나라·중국 등 신흥경제국 12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참여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와 개발도상국 개발 지원 확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G20 개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역자원봉사자 등으로 서울 G20 정상회의의 진행을 돕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9월3일 출범한 ‘G20반대 대학생운동본부’는 회의 당일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 예정이다. 본교생들이 조직한 ‘G20반대 이화 공동행동’도 이날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다.

본지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상반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논거를 살펴보기 위해 5일(금) 찬반의견을 가진 본교 재학생 2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8월31일 G20 영 앰배서더(G20 Young ambassadors) 대학생 홍보 대사로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대상을 받은 ‘3D’팀 정인영(교육공학·09)씨와 ‘G20 반대 이화 공동행동’대표 정나위(사회·07)씨가 참석했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무엇인가
정인영: 우리나라·중국·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대거 참여로 참여국의 범위가 기존 7개 선진국에서 20개 국가로 확대됐다. 이는 신흥경제국의 발언권이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신흥경제국들은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선진국들이 결정한 규칙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입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흥경제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관리하고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신흥경제국 및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안건이나 사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수 있게 됐다. 즉‘규칙 준수자(Rule Taker)’에서‘규칙 제정자(Rule setter)’로 도약한 것이다. 이는 신흥경제국 및 개발도상국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정나위: G20 정상회의는 선진국의 이익을 옹호할 뿐, 서민들의 삶은 외면한다. G20 정상회의의 모태는 주요 선진국들이 오일 쇼크, 환율 전쟁 등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 대처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회의 참여국도 초기 미국, 영국 단 두 국가에서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차례로 참여하며 확대됐다. 신흥경제국의 참여는 최근의 일이다. 경제 위기로 생겨난 각국 재정 적자를 서민들에게 전가한 역대 주요 합의내용만 봐도 G20 정상회의가 서민의 삶을 피폐하게 함을 알 수 있다. 은행·기업이 파산할 경우 조 단위의 적자를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반면, 이로 인해 생겨난 재정 적자는 연금을 삭감하거나 구조 조정을 하는 것으로 메워왔다.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나위: 큰 의미 없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에야 정상회의 구성원들이 20개 국가로 확대되며 아시아 국가들이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개발도상국이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게 된 것은 국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선진경제국과 신흥경제국 간 긴밀한 정책 공조의 필요성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G7의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대 86%에서 80%로 감소하는 동안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나머지 G20 국가들의 GDP 비율은 36%에서 41%로 증가했다. 한국이 G20에 들어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된 것은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고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정인영: 큰 의미를 갖는다. 1907년 이준 특사는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에 대한제국 대표로 참여하려 애썼지만 일국의 대표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또 나는 몇 년간 유학생활을 하며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을 갖고 있다. G20 정상회의 개최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릴 기회다. 이제 우리는 국제적인 규칙을 만들어내는 최상위 협의체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이미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국가에서 규칙을 제정하는 국가로 한 단계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정인영: G20을 통해 전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국가의 이미지 브랜드를 높이는데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사회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가 브랜드가 제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은 국제 무역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이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를 적용받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제품의 품질보다는 국가 브랜드에 의한 평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 정상회의 개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예를 들어 코리아 프리미엄 1%가 상승된다면 자동차 25만대 이상을 수출하는 것에 비견되는 브랜드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나위: 서울 정상회의 개최를 통한 경제효과를 정부는 5조원, 삼성경제연구원은 24조원으로 추산한다. 사실 G20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외신기자, 각국 정상과 관련된 사람들로 약1만명 수준이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세계인들의 주목과 인지도가 월드컵보다 크지 않음에도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상승(1.3% 상승)보다 더 큰 폭의 이미지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은 통계적으로 무리가 있다. 만약 정상회의 개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해 얻은 이익을 사회적으로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나위: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의제를 주도적으로 진행한다고 알고 있다. OECD 개발 원조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OECD 개발 원조 규모가 24개 국가 중 24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98%에 가까운 비율을 무상원조 형태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데 반해 한국은 1/3을 유상원조로 지원한다. 즉 원조 과정에 이자를 회수할 통로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주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정인영: 전쟁의 폐허에서 어려움을 직접 겪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어낸 경험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있어 선진국이 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지식 보다 훨씬 값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외환위기 극복, 금융위기 탈출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 다른 G20 국가들보다 개도국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입장이다. 이런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개도국의 가장 큰 숙제인 빈곤 해소와 경제 발전을 통해 각국 간 개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각국 정상을 위해 시행되는 경호 특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인영: G20 경호 특별법은 정상들의 신변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주요 국가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각국 정상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경호 특별법은 보안을 위한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라고 본다. 반대 의견이 폭력 사태나 테러로 번진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G20 런던 정상회의 과격 반대 시위, 최근 한국·예멘 석유 송유관 폭파 사건이 그 예다. 

정나위: 현재 경호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G20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 반대 목소리를 다른 국가들보다 더 심하게 탄압하고 있다. 시위 진압에는 150dB(데시벨)의 음향대포가 사용된다. 125dB 이상의 소리는 영구 청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시위는 논의의 통로가 차단된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주변이 아닌 시청 등에서 진행되는 시위조차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다. 게다가 경찰이 코엑스 주변에 집중 배치됨으로써 지역 치안 문제가 방치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 국민으로서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나위: 국가브랜드가 상승해도 실제 삶의 이익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단순히 G20이 국가적 문제로 환원돼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가 누구의 브랜드 가치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등록금 인상처럼 우리 삶에 직접적이고 유기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G20 정상회의 관련 문제들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적으로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인영: 지자체나 학교 단위에서 행사가 이뤄질 때 개인의 직접적 이익과 관계없이 당연히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과 에티켓을 보여주는 것처럼 그 이익이 당장 나에게 다가오지 않더라도 글로벌화 된 시민으로서의 성숙한 모습은 지켜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 대해 관심도를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관심도가 가장 낮았다. 대학생들이 G20 정상회의와 관련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을 갖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성진희 기자 tongil2580@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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