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울대·한양대는 기도원 및 예배실 만들고 채식 뷔페 개장…유학생들의 문화적 특성 위한 배려 조치 시급

 

메카를 향해 기도 중인 가무하르씨

10월 중순 중앙도서관(중도) 1층에서 공부하던 가무하르(카자흐스탄·23)씨의 몸짓이 바빠졌다. 메카(Mecca·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태어난 곳)를 향해 기도를 드리기 전 세정의식인 ‘우두’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두를 할 때는 손, 입, 코 속, 얼굴, 팔, 목덜미, 머리털, 귀, 발 순서로 온몸을 씻어야 한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발을 씻을 수 없었던 그는 마시고 있던 생수병의 물로 급하게 발을 헹궜다. 가무하르씨는 “기도 드리기 전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반드시 세정을 해야한다”며 “기도하기 전 씻을 곳이 없을 때는 이렇게 임기응변으로라도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로자(방글라데시·31)씨는 9월 마지막 주 주말 점심식사를 위해 한우리집 식당을 찾았다. 이날 기숙사 점심 식단은 쌀밥, 탕수육, 육개장, 나물 몇 가지와 김치였다. 탕수육과 육개장 등 이슬람에서 터부시되는 음식을 제외하면 그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아프로자씨는 할 수 없이 다른 식사거리를 찾기 위해 교문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유학생들이 이슬람 율법에 따른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본교 내에 이들의 생활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시설이 1곳도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와 10월31일 인터뷰한 가무하르씨와 아프로자씨, 이드(말레이시아·30)씨는 본교에서 무슬림으로 살기에 가장 힘든 점으로 음식 문화를 꼽았다.

아프로자씨는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만 못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는 다른 고기도 함부로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해진 방식대로 도축되지 않은 고기를 먹는 것 역시 이슬람교에서 금기시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본교에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지 않은 것도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슬람교에서는 오전5시30분부터 2~3시간 간격으로 하루 5번 메카가 있는 방향으로 기도를 드려야 한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조용하고 깨끗한 공간이 필요하다. 가무하르씨는 “기도하기에 적절한 공간을 찾으려고 기숙사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많았다”며 “학교가 무슬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강의실 근처나 중도에 기도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KAIST, 서울대, 한양대 등 타대는 기도원을 만들거나 채식 뷔페를 개장하는 등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KAIST는 무슬림 학생들을 위해 6월 교내에 이슬람 기도원과‘인터내셔널 키친’을 만들었다.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모로코·가나·우즈베키스탄 출신 학생 약40명은 기도원에서 매일 기도를 올리고 종교 의식을 치르고 있다.‘인터내셔널 키친’에는 냉장고와 대형 싱크대가 마련돼 무슬림 학생들이 각자 문화에 맞는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다.

한양대는 작년부터 교내 무슬림 학생들을 위해 예배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 신지혜 국제협력실 직원은 “예배실이 생기기 전 무슬림 학생들은 기도하기 위해 기숙사까지 먼 길을 하루에 5번씩 가야했다”며“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강의실과 가까운 곳에 기도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은 9월부터 채식 뷔페를 제공하고 있다. 종교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먹을거리에 제약을 받는 유학생들의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생협 김태수 팀장은 “서울대 내 외국인 학생, 교수·교직원 2천7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채식 식단 도입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타지에서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에게 채식 뷔페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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