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동·신촌동·아현동·대신동 일대 소음 피해 심각…규제 가능한 법률 부재

7월~10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ㄱ하숙집에 살았던 임혜승(행정·06)씨는 밤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 때문에 4개월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나누는 밀담, 친구들과 떠드는 소리까지 옆방에서 고스란히 들려와 귀마개를 착용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임씨는 소음을 참지 못하고 1일(월) 다른 하숙집으로 이사했다.

신촌 일대 하숙생들이 하숙집의 실내 소음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거나 전화통화를 못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기자가 3일(수)~4일(목) 창천동, 신촌동, 아현동, 대신동 일대의 하숙집 32곳의 소음을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평균 실내 소음은 46dB로 나타났다.

40dB은 냉장고가 계속해서 진동하는 소음의 정도, 50dB은 컴퓨터·전화기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소음 정도를 말한다. 60dB의 소음은 젖소, 돼지, 닭, 한우, 개 등 가축이 소음으로 유·사산하는 피해를 줄 수 있는 크기다.

기자가 조사한 하숙집 32곳 중 실내 소음이 40~45dB인 곳은 6곳, 46~50dB인 곳은 17곳, 51~55dB인 곳은 3곳, 56~60dB인 곳은 2곳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ㄴ하숙집에 사는 김소예(중문·09)씨는 복도에 퍼지는 세탁기 소리 때문에 이사를 고민 중이다. 김씨는 “학생들이 세탁기를 사용하면 방 안까지 소음과 진동 소리가 전달된다”며 “밤에 세탁기가 돌아가면 피곤해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3일(수) 오후8시 ㄴ하숙집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세탁기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실내 소음은 57dB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ㄷ하숙집에 거주하는 김나래(소비·08)씨도 “옆방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크게 들린다”며 “내 목소리도 옆방까지 들릴 것 같아 방에서 전화통화를 제대로 못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살고 있는 하숙집의 실내 소음은 52dB이었다.

학생들은 하숙집 소음으로 불편을 겪어도 주인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숙집 내 소음을 규제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건축법시행령 제3조 4항에 따르면 법률상 아파트는 공동 주택, 하숙집은 단독 주택으로 구분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실내 소음(창문을 개폐 시 측정되는 소음의 정도)은 45dB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하숙집은 건축 시 단독 주택으로 허가받기 때문에 소음·진동규제법에서 제외된다.

임소연(경제·09)씨는 “하숙집 주인에게 소음이 심하다고 3번이나 건의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지수(성악·07)씨는 “하숙생들에게 하숙집 방이 안락한 곳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소음에 대한 규정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하숙집 주인들은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하숙집이 가정집보다 시끄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ㄱ하숙집 주인 김미숙(서울시 서대문구·54)씨는 “하숙집 한 층에 방이 10개 정도 있다”며 “하숙집이 일반 가정집보다 더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ㄹ하숙집 주인 성진욱(서울시 서대문구·58)씨는 “학생들이 생활할 때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하숙집 소음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주거복지과 김영한 직원은 “법률상 단독주택으로 보는 하숙집의 실내 소음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며 “하숙집 방 사이에 주로 사용하는 석고보드나 가벽만으로는 소음을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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