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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 정부종합청사 앞에 분홍색 피켓을 든 20대 여성이 나타났다. 피켓을 든 여성의 오른쪽 가슴에는 ‘노량진녀’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1인 시위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정책을 바꾼 ‘노량진녀’차영란(사생·09년졸)씨였다.

차영란씨가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된 것은 9월17일 교과부가 올해 임용고시에서 공통사회 교과목 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차씨는 4년간 공통사회 교과목 임용고시를 준비해왔다. ‘2011학년도 공립 중등학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임용고시)’을 한 달 앞둔 때였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차영란씨는 시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4년 동안 준비해왔던 교사라는 꿈을 이루려면 임용고시 제도부터 바꿔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제도부터 변화시킨 뒤 다시 공부하리라 마음먹었죠.”

차씨는 임용 예비교사들의 터전인 노량진 일대에서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9월 22일 임용고시생들에게 사전예고제 도입 및 임용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자는 내용이 담긴 편지 400통을 나눠주고 9월 28일부터는 7차례 사전예고제 도입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였다. 차씨는 10월18일까지 약3천500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했던 차씨는 본인을‘노량진녀’로 이슈화시키기도 했다. 그는 “‘노량진녀’가 이슈화되면 사람들이 임용제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10월18일 교과부가 있는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공개데이트를 신청하는 방식의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시위로 차씨는 시위 시작 30분 만에 정종철 교직발전기획과장과 면담을 성사시켰다. 정 교직발전기획과장과 대화하던 중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의 면담도 성사됐다. 차씨는 이날 교과부 관계자들과 사전예고제를 비롯해 임용고시 추가 증원 문제, 중등임용고사 자격증 취득 인원 문제 등을 토론했다.

“1인 시위 첫날에 이주호 장관님 등 교과부 관계자들과 면담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사전예고제에 대한 약속을 얻어내 뿌듯했습니다.”

차씨가 겪은 한 달은 외롭게 일을 추진해야 했던 어려운 시간이기도 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앓는 그는 공부를 병행하면서 서명운동과 방송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호르몬 분비 조절 약을 항상 복용해야 했다.

수강생 감소를 우려한 임용고시 학원들의 냉대와 교육의원, 예비교사들의 무관심도 차씨를 힘들게 했다. 그는“약40명의 교육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한통의 답장도 못 받았다”며 “교육의원 중 절반 정도는 메일을 읽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10월23일 임용제도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토론해보고자 계획했던 ‘수원역 예비교사 한풀이 마당’도 약20명만 참여했다.

그런 차씨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주변에서 격려해 준 사람들이었다. 차씨는 “열에 아홉은‘안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라고 말한 반면, 김대인 교수(법학과)님과 이종원 교수(사회생활학과)님은 승산이 있다고 격려해주셨다”며 “이러한 격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현재 한 출판사에서 한국지리 교과서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4년 동안 꿈꿔왔던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 임용고시도 준비할 계획이다.

좌절하기보다 행동하는 것을 선택해 혼자 힘으로 제도 변화를 이끌어낸 차씨. 변화가 일어난 것은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그의 희망과 의지 덕분이었다.

“불만이 있다면 자신부터 변화하고 실천하세요. 진심으로 행동하면 주변이 변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 이소현 기자 sohyunv@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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