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채플시간, 조곤조곤 이어지는 목사님 말씀의 중간 즈음이었다. ‘어라, 이게 무슨 소리지?’ 어디선가 조그맣게 들려오기 시작한, 거치적거리는 소음이 얼마간 지속되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시답잖은 소음의 출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바로 옆 사람의 이어폰에 시선이 멈춰섰다.  

옆 사람의 귀에 꽂혀진 이어폰을 타고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였다. 지금 그 소리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다는 성가신 표정을 얼굴에 잔뜩 그려 넣으며, 조용한 손짓으로 옆 사람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주머니에서 바로 MP3를 꺼내 ‘끄지않고’ 황급히 ‘줄이는’그를 본 순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문뜩 들었다.

모든 이화인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채플시간. 자의든 타의든 이화라는 한 배에 탄 이상, 이화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전통과 규율을 지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아무리 강제적으로 할당된 몫일지라도 기본적으로 강연회나 공공장소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존재하는 것처럼, 그 몫에는 그저 채플시간에 앉아있는 것만이 아닌, 적어도 그 시간에 우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품위 정도는 당연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는 채플시간에 어두컴컴한 대강당의 한복판에서 핸드폰과 노트북의 불빛을 환하게 비추고 있거나, 목사님 말씀 도중에 핸드폰을 받아 통화를 하거나, 끼니를 때우기 위해 냄새를 폴폴 풍기며 음식을 먹거나, 미처 처리하지 못한 본인의 할 일들을 처리하는 곳으로 전락해버린 채플시간 대강당의 풍경은, 그야말로 이화인들의 매너실종 대서특필사건임이 분명하다.

이제 채플시간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자. 그것이 이화에 대한 이화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이자, 채플을 준비하는 이들과 채플을 함께 듣는 모든 이화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이다.

이러한 에티켓을 지키며 우리 스스로 바르고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채플을 통해, 이화의 향기가 좀 더 짙고 풍성하게 뭍어 나와 이화동산을 온통 향긋한 내음으로 뒤덮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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