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법한 문장이다. 이는 유대교 경전인 미드라시(Midrash)에 수록된 한 일화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날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 “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내게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적당한 글귀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솔로몬 왕자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고 새기십시오.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심했을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이 문장은 이후 시인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가 같은 제목(‘This, Too, Shall Pass Away’)의 시로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중략)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후략)”

이 시는 우리나라에서 류시화의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내용 일부가 편집돼 소개되면서 널리 사랑받기도 했다.

과거든 현재든, 서양이든 동양이든 간에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갔음이 틀림없다.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같은 고민을 글로 남긴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말이다.

조선 중기 문인인 고상안(高尙顔)은 광해군 때 울산 판관직을 버리고 농촌으로 돌아가 다음과 같은 시를 읊은 바 있다. “소는 윗니가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 하늘의 이치가 균등해 저마다 알맞구나. 이로써 벼슬길의 오르내림 살펴보니, 승진했다 기뻐 말고 쫓겨났다 슬퍼 말라.” 소와 호랑이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다가, 동물이든 사람이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 또한 공평하게 있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렇게 이 ‘사물을 바라보며(관물음;觀物吟)’라는 제목의 한시를 적었다.

선인들의 글은 우리에게 세상만사가 평등하게 찾아온다는 진리뿐 아니라, 힘든 시기에 대처하는 방법까지도 알 수 있게 한다. 힘들이지 않고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원(元)나라의 승려 희회기(熙晦機)는 말 키우는 새옹이라는 노인의 일화를 예로 들어 그 유명한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싯구를 남겼다. 나쁜 일이 일어나면 으레 좋은 일이 찾아오겠거니 하며 현재 상황을 비관하지 말고, 좋은 일이 찾아오면 앞으로 나쁜 일도 있을 수 있겠거니 하며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그뿐이랴. 소크라테스는 일찍이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어떤 것에도 수명이 있으므로 현재의 고난이나 환희에 결코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올해 3월 타계하신 법정스님은 생전에 남기신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통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직위나 돈,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지난주인 10월 26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생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서울대에서 올해에만 네 번째 자살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에서 일어난 일이니만큼 사회에 던져진 충격 또한 컸다.

학점 문제, 진로 문제, 취업 문제로 웃기보다 울고픈 대학생들이 더 많은 요즘이다. 그들이 얼마나 길고 깊은 고뇌 끝에 아직 젊은 목을 그었겠냐만은 그래도 한번 더 삶을 생각했다면 좋았을걸 하고 한숨지어 본다. 부디 지금이 힘겨운 대학생들도 항상 이 한마디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괴로운 오늘은 반드시 지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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