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시간

유인선


석회동, 눈 아픈 어둠이 자욱하다

똑 딱 똑 딱 물방울이 아무리 걷어내도

웃자란 석순만큼 거대한 적막

목 칼칼한 침묵을 껴안고 그들이 있다


어깨가 닿을락 말락 제 몸 만 한 자리

바투앉아 어두운 시간을 헤아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시간

한 움큼의 어둠만 가까스로 부여잡고

홀로 거꾸로 매달린 시선은 움직이지 않는다

해독되지 않는 음파들은 고주파 주파수로

종유석 사이사이를 떠돌다가 사라지고

똑, 똑, 어둠을 가르는 빗방울은

초침처럼 석순 위로 시간을 쌓아 올린다


수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아무도 해석하지 않는다

숫자와 문자로만 기록되는 역사는 어딘가에 저장되고

누구도 열람하지 않는다, 햇살과도 닿아서는 안 된다

더 깊숙이, 이곳에는 아무도 없지만 모두 숨죽이고 있다

번뜩이는 시선은 자욱한 어둠 속에서 흐릿해진다

행여, 닿을세라 더 웅그리는 팔은 날개를 펼 수 없다

차가운 피는 온 몸을 감싸 돌고

침묵에 쌓인 어둠이 더 흥건해진다


골목길, 눈 껌뻑이는 가로등 부여잡고 매달린 박쥐

날지 못해 비틀거리는 수많은 발자국들이

어느 누구의 레이더망에도 포착되니 않는 오늘밤,

바스락 바스락 날개 스치는 소리만 가득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