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대학교 학보사 주최(?) 학생문예 현상모집 시 부문 응모작이 20편이라는 데 놀랐고, 숙고해볼 만한 작품이 몇 편 되지 않는다는 데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응모작들은 대체로 낡은 정서의 옷을 입고 있거나 단단한 관념의 옷을 입고 있었다.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큰 격려의 마음으로, 당선작으로 「동굴의 시간」을, 가작으로 「곡마(曲馬) -곡예 타는 새」를 내보낸다.

「동굴의 시간」은 시간과 역사, 말(언어)과 침묵, 인간과 인간의 어둠에 대한 성찰이 녹록치 않다. 동굴의 박쥐와 골목의 인간(취객), 음파들과 말들, 석순과 발자국 등을 오버랩시키는 솜씨는 새로우면서도 자연스럽다. “웃자람 석순만큼 거대한 적막”이나 “어둠을 가르는 빗방울은/ 초침처럼 석순 위로 시간을 쌓아 올린다”에서처럼 구체와 관념을 버무린 날렵한 시 구절들 또한 미더웠다. 그러나 반복적인 표현, 관념적인 비유, 설명적인 서술은 좀더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곡마」는 곡예에 대한 생생한 감각적 포착과 깊이 있는 묘사가 좋았다. 그러나 제목이든 부제든 하나만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1행이자 1연을 이루는 “팽팽한 긴장감”이라는 시의 출발은 사족 중의 사족이다.

아찔한 묘기, 미세한 입자, 눅눅한 장마 등과 같은 낯익은 형용사+명사의 수식구조는 언어 운용의 미숙함을 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딜 가나 젊을수록 손바닥 안 단말기에 빠져 있는 모습들이다. 이런 시대에 누가 책을 읽을 것이며 시를 읽을 것인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기에 더욱 대학에서만큼은 시가 살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젊음의 꽃은 시가 아닐까. 대학이여 ‘시심(詩心)’을 사랑하라, 젊음이여 ‘시적인 것’을 꿈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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