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무서운 게 있을까. 이름은 고사하고 상흔(傷痕)이나 혈흔(血痕)도 남긴 적 없이, 심지어 구석진 화장실에 변흔(邊?)조차 남긴 일 없이 이 학교를 떠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더럭 무서웠다. 조금은 서럽기도 했다. 아마 이 년 만에 돌아온 학교에서 낯가림을 한 끝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재학생이면서도 이미 졸업을 한 것 같은 느낌, 재학생이 아니면서 재학생인 척 하고 있다는 느낌이란 고약했다.
  그렇지만 떠날 때 떠나더라도 흔적은 남겨야 했다. 그래서 펜을 들고, 구상을 하고, 열심히 이야기를 지어냈다. 이를테면 이 소설은 ‘나 여기 왔다감’ 하는, 그냥 졸업하기에는 뭔가 미련이 남는 고학번의 유치한 낙서 같은 소설이다.
  우작(愚作)을 심사하시고 거두어 주신 교수님과, 사회대의 모든 스승님들, 태은, 은진, 주연, 약대 사촌 하림이, 아침 스터디의 서영과 윤정, 송이언니, 지혜언니, 야조회 새랑, 그리고 나의 수상 소식을 듣고 함께 웃은 가족들에게 이 작은 영광을 돌린다.

 

이나래(정외·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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