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학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꽤 많은 편이다. 학생들은 공강시간 등에 곳곳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아마도 냉난방이 잘 되는 ECC에 놓인 푹신한 소파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그곳에서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학생 두 명이 신발을 신은 채로 두 발을 소파 위에 올리고 쪼그려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수도 없이 흙바닥을 밟고 혹여 더러운 무언가를 밟았을지도 모를 신발을, 모두의 쉼터인 소파에 올려놓고서도 태연자약한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학보에서 ECC의 소파에 세균이 득실거린다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때에는 단순히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청소를 자주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소 이전에 개선해야할 더 중요한 문제는 교내의 공공기물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기물은 당연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배려이기 이전에 상식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것도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소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어서,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몇 권만 들춰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겉면이 더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펜으로 줄이 마구 그어져 있는 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본인의 책이었어도 과연 그렇게 함부로 다루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것이 소중하다면 남의 것도 소중한 줄을 알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하물며 공공기물은 모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어 함께 사용하는 것인데, 더욱 조심스럽게 다루지는 못할망정 내 것이 아니라 해서 함부로 다루고 있다.

순간의 이기심을 좇아 행동하기 이전에 다음번에 공공기물을 사용하게 될 사람의 입장을 한 번씩만 생각해보면 어떨까. 배려는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는 아주 작은 마음씀씀이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화인들이 좀 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갖추어 공공기물을 소중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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