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40세 이상이면 가수 이미자가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사실을 모두 다 안다. 이미자는 반세기 이상 그 천혜의 목소리로 우리 민족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엘레지는 정확히 무엇일까? 우선 어원부터 살펴보자. 어원은 멀리 그리스어 엘레고스(elegos, 장례곡)까지 올라간다. 이 단어는 라틴어 엘레기아(elegia)가 되었다가 1500년경 불어 엘레쥐(elegie)가 되었다. 그러니까 엘레쥐는 본래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가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대 소아시아의 애도가 양식이 그리스로 전해졌으며, 엘레게이온(elegeion)이라는 간결한 2행 연구(連句)는 묘비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형은 로마의 시인들에게도 계승되어 카툴루스(Catullus), 오비디우스(Ovidius) 등은 훌륭한 작품에서도 많이 남겼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독일의 시인들에게 전승되었다. 그러다가 근대에 들어서는 가족, 친구, 연인 등의 죽음이나 불행, 또는 실연당한 슬픔에 잠긴 심정을 읊은 시를 모두‘엘레지’라 부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괴테(J.W. Goethe)의『로마 엘레쥐』, 밀턴(J. Milton)의『리시더스』, 셸리(P.B. Shelley)의『아도니스』, 그레이(T. Gray)의『묘반(墓畔)의 애가』등이 있다. 20세기 최대의 엘레지라고 불리는 릴케(R.M. Rilke)의『두이노의 비가』는 개인적인 슬픔을 노래한 종전의 엘레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로 가혹한 고통을 받는 인간의 비애를 다룸으로써 현대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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