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에 관한 Q&A 1편
대학생활에 관한 Q&A 1편
  • 서윤석 교수
  • 승인 201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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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학 새내기인데요, 선배들 보니까 어학연수, 교환학생, 인턴, 자격증, 취업 준비 등 여러가지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여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있는데, 괜히 초조해지네요. 이중에 무얼 해야 하나요? 

A: 그래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생활에 대한 새내기의 흥분이 그리 오래 못 가는 것이  현실이지요.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배들을 보면서, 부모님들이 “넌 왜 자격증 같은 것 준비 안하느냐”등의 은근한 압력을 받으면서, 서서히 주눅 들어가는 것이 대학생활의 현주소입니다. 교수생활을 25년 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관찰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초조하고 여유 없는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 하에서 자기 인생을 설계합니다. 우리 이화여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고등학교나 전문대 졸업보다는 4년제 대학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보기엔 사회에 나가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자 4년제 대학에 들어온 것이겠지요?  취업자체(entrance)가 목적이 아니라 나중에 어떤 위치(final destination)에 있겠느냐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30대 중반이라고 하면 앞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것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지요. 따라서 학생이 물어봤어야 할 질문은 ‘이중에 무얼 해야 하나요?’가 아니고 ‘뭐부터 해야 하나요?’라고 생각해요. 그 경우 제 대답은 간단명료합니다.
‘대학시절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할 수 없는 것부터 해야지.’
   
Q2: 그럼 어떤 것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할 수 없는 것들인가요?

A: 두 학생이 있어요. 한 학생은 대학시절 내내 취업(entrance)을 목표로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봉사활동을 하고 획일적인 interviewee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데 (그래야 스펙이 완성된다고 하니까.) 전념을 다하고 있구요. 마치 전문대를 두 번 다니듯이... 반면, 다른 학생은 미래의 CEO를 꿈꾸면서 대학시절동안 4년제 대학생활의 진가를 느끼고 있지요. 예를 들어, 기본적인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여러 과목들을 수강하면서 (이런 과목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들을 수 없음) 본인의 기본적인 역량 (내공)을 쌓고, 진정성이 우러난 봉사활동을 하고, 배낭여행 등을 통한 글로벌 문화를 접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 방학이 없음), 사랑의 아픔도 느껴보는 등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가슴을 갖게 되는 과정을 겪고 있지요. 게다가 이 학생은 취업준비에 필요한 스펙 준비보다는 여럿이 모여 경험삼아 소규모 창업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창업도 대학졸업하고 나이가 들수록 하기가 어려운 분야임)

대학시절에 무언가에 도전을 해보고 실패도 맛보고 해봐야 자기의 내공과 그릇이 커지게 되어 나중에 CEO로서의 역량도 갖추게 되는 것이지요.‘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안정추구의 삶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지구요.

두 학생의 예처럼 후자의 경우는 entrance보다는 final destination을 위해, 그리고 숨을 크게 쉬면서 여유 있게 대학시절을 보내고 있는 거지요. ‘흠. 뭐부터 할까.’그러면서.    

Q3: 이해는 가는데요, 그래도 일단 취업이 되어야 궁극적인 목표, final destination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펙 등 취업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요?

A: 물론 대학졸업 후 취업을 해야지요. 다만, 취업준비만을 위해 너무 많은 걸 잃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SK, POSCO, 엔씨소프트 등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인사담당 임원들과 취업관련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그 때마다 한결같이 듣는 말은 요즘 면접대상자들의 모습이 너무 획일적이라서 식상하다는 겁니다. 자연스럽지 않게 너무 공손한 몸짓도 우습다는 거죠.  너무 획일적이고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갖추는 것이 마치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우리 학생들이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사람들은 눈빛이 살아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삶에 대해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모습, 그리고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 이런 겁니다. 취업자체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서 혹시 이런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됩니다. ‘취업은 했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것보다‘취업은 못했지만 많은 것을 얻은’삶이 더 좋을 것 같네요. 여유 있는 삶을 위한 숨고르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