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의 핫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슈퍼스타K2>가 아닐까 싶다. 연일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Top11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사람들의 대화주제도 이번 주 탈락자 혹은 우승자 맞추기에 초점이 맞춰질 때가 많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는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3%만 나와도 케이블에선 대박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지난달 17일 방송됐던 첫 생방송 무대의 시청률은 무려 14%였다.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 대임을 고려하면 실로 대단한 결과다. 케이블이 지상파의 입지를 위협하는 보기 드문 상황까지 연출된 것이다.

대중들이 <슈퍼스타K2>에 열광하는 요소로는 스타 발굴 프로그램의 전 세계적인 유행과 <악동클럽>, <영재육성프로젝트>와 같은 기존의 오디션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규모와 구성 등의 영향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획일화된 가요계의 현실에서 벗어나 색다른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대중의 열망이 깊이 배어있다. 이는 심사위원들이 찾는 스타상인 ‘자기 색깔을 가진 참신한 뮤지션’과도 부합한다. 시청자와 전문가 모두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셈이다.

현재 대중음악은 여느 때 보다 아이돌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아이돌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다. 2007년 원더걸스의 ‘Tell Me’를 시작으로 불어 닥친 걸그룹 열풍은 아직까지도 계속 되는 중이다. 빅뱅, 2AM, 2PM, 비스트 등 보이그룹도 강세다. 물론 이들이 만들고 양산해내는 음악, 팬덤(Fandom), 공연 등의 모든 문화는 대중문화의 규모를 확장시키고 살찌우게 하는데 이바지한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의 측면에서 볼 때 대중문화가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진단하긴 어렵다. 아이돌 중심의 대중음악이 점차 다채로움과 개성을 상실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가수를 키우는 과정과 방식의 획일성에서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돌 가수는 SM, YG, JYP 등으로 대표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탄생하는데, 그 훈련 내용이 회사 혹은 개인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10대를 집중 겨냥하여 가수가 기획되는 점도 대중음악을 단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목표 팬층이 특정 연령대에 고정화돼있다 보니 발표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좁아지고,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에프엑스(f(x))의 ‘뉴 예삐오(NU ABO)’는 10대들의 시각에선 어린 세대가 사랑하는 방식을 톡톡 튀는 가사로 잘 표현해냈다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그 외의 세대들이 듣기엔 도무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어 노래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노래의 형식 또한 천편일률적인 추세다. 가장 보편적인 특징은 후크송(Hook song)의 대유행과 오토튠(Auto tune)의 남용이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후크송이 넘쳐나서 가사의 완성도나 메시지를 담는데 신경 쓰기보다는 단순하고 기억되기 쉬운 멜로디에 치중한 노래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기계로 음을 보정하는 오토튠을 과다 사용해 각자의 개성을 잃고 너도나도 에이콘(Akon)에 티 페인(T-Pain)이다.

이처럼 대중가수가 자신만의 음악적 개성 없이 소속사가 맞춰 놓은 옷을 입고 시대적 흐름만을 좇는다면, 주류 가요계의 진보는 상당히 더딘 발걸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다양성이 충족될 때 발전하고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덧붙여 대중음악은 소리를 들어주는 대중의 관심으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이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가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춰선 안 된다.

이때 그 수단은 획일화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수 저마다의 독창성을 계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메탈사운드에 태평소 가락을 섞어 ‘하여가’를 만든 서태지가 당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며, 국악과 가요가 결합된 퓨전 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듯이, 이러한 참신하고도 실험적인 시도들은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이는 대중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꺼지지 않게 하여 가요계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대중음악의 질적 향상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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