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한 연예인의 학력위조 논란으로 시끄럽다. ‘스탠퍼드대 졸업생’, ‘연예계 브레인’등으로 소개되던 에픽하이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이 점점 그 수위를 넘어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올해 5월 인터넷 카페인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가 생기면서 논란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MBC는 1일(금) 타블로 학력위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MBC 스페셜-타블로 스탠퍼드를 가다’를 방영했다. 이날 방송에는 타블로가 직접 스탠퍼드대와 지인을 찾아가며 학력 위조 논란을 해명하는 모습이 담겼다.

타진요 운영진의 인터뷰도 함께 방영됐다. 타진요 운영진은 “스탠퍼드대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 유학을 떠나 공부하는 사람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라며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 못 했던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조기 졸업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C 스페셜-타블로 스탠퍼드를 가다’방송으로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이 잠재워질 듯했다. 그러나 방송 후에도 타블로와 네티즌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여전히 피곤한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현재 타블로 학력에 대한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타블로 학력이 이토록 큰 사회적 문제가 될 만한 이유가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타블로가 ‘스탠퍼드대 졸업생’의 후광을 받아 음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일할 때 학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타블로는 본인의 음악적 재능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아니었다고 치자. 그래도 그는 본인의 음악 실력으로 연예인 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력으로 교수가 됐고 대학에서 강의하던 신정아 교수의 학력위조 논란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지양해야 할 것은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을 통해 나타난 한국사회에 자리 잡은 학벌지상주의다. 

타블로의 학력이 거론된 것은 학벌지상주의 영향이 크다. 스탠퍼드 데일리는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은 학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의 독특함 때문”이라며 “3년 반 만에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의심스러웠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사회에서 학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학 졸업장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인생의 질을 좌지우지한다는 믿음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 졸업장 한 장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좋은 졸업장은 좋은 직장을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말 학력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개인의 능력에는 실력, 열정 등도 포함된다. 학력은 개인이 갖는 여러 면 중 한 면일 뿐이다. 

최근 학력이 아닌 개인의 실력으로 높게 평가되는 사람이 있다. KBS ‘남자의 자격’(남격) 합창단을 지휘한 박칼린 음악감독이다. 그는 소통과 신뢰 속에 남격 합창단이 하모니를 이루도록 이끌었다. MBC 신경민 앵커는 박 음악감독을 매력적인 지도자로 평했다. 신 앵커는 본인의 트위터에 “혈연, 지연, 학연이 아닌 실력, 열정, 피, 땀으로 두 달 만에 오합지졸을 근사한 합창단으로 승격시켰다”는 글을 올렸다. 박 음악감독의 리더십이 높게 평가됐던 것처럼, 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학력 외에도 다양하다.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은 ‘학력’만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학벌지상주의를 단면적으로 보여줬다.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은 네티즌이 ‘할 일 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거나 타블로가 천하의 ‘거짓말쟁이’가 돼야 끝날 것이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이와 같은 학력위조 논란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문제는 타블로의 학력위조 여부가 아니다. 학벌지상주의를 공유하는 한국사회 전체가 문제인 것이다. 개인의 대학 졸업장 한 장보다 개인 전체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할 때 학벌지상주의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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