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ㄱ씨는  2년간 취직을 준비했지만 면접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자신감이 없어진 ㄱ씨는 취업준비생(취준생)의 스펙 중 하나가 성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7월 코 성형을 결심했다. ㄱ씨는 “수술 전에는 콧대가 거의 없고 코끝이 뭉뚝해 인상이 흐려  보였다”며 “코 수술을 통해‘외모 스펙’까지 올렸으니 이번 취업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 ‘취업 성형’이 또 다른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saramin.co.kr)이 6월 구직자 1천90명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한 성형수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5%(311명)가 ‘취업 성형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 성형을 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들은 ‘외모도 중요한 스펙이라서’, ‘면접에서 유리할 것 같아서’, ‘취업 희망 분야가 외모를 중시해서’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 중 실제로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한 구직자는 5.1%(55명)였다. 이들 중 96.4%(53명)는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면접 통과율이 높아졌다’, ‘다른 스펙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팝 성형외과(서울시 강남구 소재)에 문의한 결과 이 병원 환자 중 약 15%도 취업 성형 환자였다. 이 병원에서는 일주일 평균 2~3건의 취업 성형이 시술된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21일~23일에는 하루 1~2건의 취업 성형수술이 진행됐다.

채용 전문가들은 외모가 취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5월~6월 취업지원 업무담당자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외모가 인성 및 태도, 핵심기초직무역량 다음으로 취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다. 이는 해외연수 경험, 출신대학 평판보다 높은 수치다.

도레이 첨단소재 인사팀 박경진 주임은 “외모가 중요한 경쟁력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예쁜 외모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은 취업 성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취준생 ㄴ씨는 2월 ㄷ중소기업의 면접시험에서 관상을 공부한 사람이 동석했다고 밝혔다. ㄴ씨는 “인상이 강해 보이는 편이라 아무리 밝은 표정으로 면접에 임해도 보여지는 이미지나 인상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인상과 이미지가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유경(국문·08)씨는 “성형을 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노력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예쁘면 면접관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종준(정외·07)씨는 “무조건 예쁜 것 보다는 좋은 인상과 마음가짐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팝 성형외과 김동걸 원장은 “무턱대고 수술을 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좋지 않은 표정을 교정하거나 어둡고 칙칙한 피부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나쁜 이미지는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채강 기자 lck0728@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