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주여성에 직업 교육하는‘오가니제이션 요리’이지혜(교육·96년졸)씨, 은퇴 인력 고용에 힘쓰는‘나눔 사회’황정애(법학·74년졸)씨

노동부는 2007년~2010년 353개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적 기업과 달리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공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사회적 기업을 1천개로 늘릴 예정이다. 본교 동문들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공익 추구에 힘쓰고 있다. 본지는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나눔 사회’이사 황정애(법학·74년졸)씨와 이주여성 및 청소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오가니제이션 요리’ 대표 이지혜(교육·96년졸)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소년·이주여성에게 직업교육 제공…‘오가니제이션 요리’대표 이지혜씨

이지혜(교육·96년졸)씨는 요리로 다문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2007년 ‘오가니제이션 요리’를 창업했다.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청소년, 이주여성의 고용을 위해 요리와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오가니제이션 요리’안에는 다문화 요리 레스토랑인 ‘오요리’, 급식 음식점 ‘하모니 식당’, 청소년에게 요리교육을 제공하는 ‘영쉐프’ 등이 있다.

이지혜씨는 대학 졸업 후 IT 기업과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일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요리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결국 그는 하자센터에서 만난 한영미씨와 ‘오가니제이션 요리’를 기획해 창업에 성공했다.

“요리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싶었어요.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사람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잖아요. 요리를 매개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요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 간의 교류의 장을 형성한다. 요리를 배우고 싶은 청소년들은 한 데 모여 요리 교육을 받고, 이주여성들은 복지 및 교육 혜택을 제공 받는다.

청소년들은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요리 교육을 받은 후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일부 청소년들은 요리사가 된 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요리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주여성들은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다문화요리 개발, 서빙 등을 맡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교육 받고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습득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이주여성들은 일반여성보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기가 힘들다”며 “육아문제,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한 남편의 불신, 언어 문제 등이 이주여성의 취업문을 막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주여성을 수혜자가 아닌 사업의 동료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가니제이션 요리 식구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깊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청년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에는 청소년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장벽들이 많다”며 “이윤과 사회적 의미를 모두 추구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청소년들은 젊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실패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경력을 쌓기 위해서 기업 운영을 하기 보다는 그 활동을 진심으로 즐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오가니제이션 요리’를 이끌어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작은 실수가 ‘오가니제이션 요리’ 직원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 집니다.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쌓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있어요. 앞으로 ‘오가니제이션 요리’를 넘어서는 다문화 커뮤니티를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고 싶습니다.”

△포춘 쿠키 사업으로 취약 계층 고용 문제에 이바지…‘나눔 사회’이사 황정애씨

“사회는 모든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누군가 베푼 것을 받고 있고 또다시 베풀어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해줄 사회적 기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한 은퇴자 협회의 수석 이사인 황정애(법학·74년졸)씨는 2003년 3월 ‘나눔 사회’를 창업했다. ‘나눔 사회’는 은퇴자를 포함해 취약계층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또 회사 제품의 20%를 사회의 취약계층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 회사 직원의 절반 이상은 은퇴자 또는 경제력 없는 주부들이다. ‘나눔 사회’는 다른 기업과 달리 80세가 넘는 노인의 이력서를 받기도 한다.

황 이사는 1979년부터 미국 이민 생활을 하며 노숙자 보호 시설, 양로원 등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그는 특히 ‘전미 퇴직자 협회(AARP, America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에서 활동하며 은퇴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황 이사는 은퇴자 문제를 포함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미국 ‘Delancy Street Cafe(이민자, 노숙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직업교육을 시키는 미국의 사회적 기업)’에 착안해 ‘나눔 사회’를 창업했다.

황 이사는 “미국은 은퇴자를 위한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직업을 잃어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 은퇴자들이 사회의 짐이 되는 것이 안타까워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나눔 사회’는 포춘 쿠키 사업으로 이윤을 낸다. 직원들은 포춘 쿠키 생산에서부터 유통, 판매 과정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가 미국에서 포춘 쿠키 기계사용 국내 독점권을 따냈을 때만 해도 포춘 쿠키는 국내에서 생소한 아이템이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특한 아이템을 가져야 한다”며 “‘나눔 사회’는 직원 평균 연령이 높아 일의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독특한 아이템 덕분에 이윤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눔 사회’는 현재 포춘 쿠키뿐만 아니라 유기농 야콘 빵 등을 생산하며 이윤을 내고 있다.

황 이사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종종 사회적 기업의 한계성을 느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은 이윤과 사회 환원 모두를 성취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많은 사회적 기업들은 이윤을 내는 것을 포기하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은 정부에서 인증을 받은 후 보조금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환경·보건·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다수 사회적 기업이 인건비, 사회보험료, 컨설팅 지원비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받고 있다.

황 이사는 사회적 기업가를 꿈꾸는 이화인들에게 “사회적 기업을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할 마음이 있는지 자신에게 되물어 본 후 기업 경쟁력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로 감사할 줄 아는 사회의 마중물(펌프에서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먼저 위에서 붓는 물)이 되고 싶다는 황정애씨. 그가 만드는 포춘쿠키에서 희망의 물소리가 들린다.

글·사진: 이채린 기자 chearinle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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