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인문학 교실

국내 합창단 중에 ‘앙상블 합창단’이라는 합창단이 있다. 얼핏 보면 그런대로 괜찮은 이름인 것 같다. 그런데 앙상블의 어원을 알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앙상블’에는 이미 ‘합창’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단어의 조어 방식은 ‘역전(驛前) 앞’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 앙쌍블(ensemble)의 어원은 라틴어 시물(simul)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물(simul) 자체가 ‘같이, 동시에’라는 의미였다. ‘모의연습’ 또는 ‘가상연습’을 뜻하는 영어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생각해 보면 이 시물(simul)의 의미가 바로 떠오를 것 같다.

어쨌든 이 시물(simul)에 강조접두사 인(in-)을 붙여 속어라틴어 인시물(insimul)이 생겼고, 여기에서 11세기 말 프랑스어 앙쌍블(ensemble)이 생겼다.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를 부사로 많이 쓰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합창, 합주’, ‘한 벌’과 같은 명사로 쓴다.

음악에서는 ‘중창(重唱), 중주(重奏)’를 뜻한다. 사람들은 흔히 연주를 평할 때 ‘앙상블이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니까 ‘중창’이나 ‘중주’의 ‘중(重)’은 서양어 ‘앙상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복장에서는 ‘처음부터 함께 결합시켜 조화롭게 디자인한 한 벌의 옷’을 가리킨다. 자켓과 스커트, 코트와 드레스, 또는 구두와 핸드백 등의 결합도 앙상블이라고 한다. 또한 양복의 복지 조화도 앙상블이라고 한다. 국내 의상계에서 이 앙상블을 매우 강조한 대표적인 디자이너로는 얼마 전에 작고한 앙드레 김(Andre Kim)이 있다. 그는 패션 시사회에서 의상뿐만 아니라 음악, 조명 등의 ‘앙상블’에도 아주 세심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말년 병상에서도 남보다 일찍 일어나 머리에 검은 물을 들이고 하얀 색 옷을 입었다고 하니 그의 삶 자체가 앙상블이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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