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세계 대학들,  학제 간 연구에 주목하다
② 홍콩대, 홍콩과기대의  학제 간 연구…창의적 인재 양성
③ 한국, 학제 간 연구로 변화 모색

<편집자주> 본지는 8월30일~9월2일 홍콩대, 홍콩과기대를 방문해 세계 대학의 학제 간 연구 현황을 살펴봤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11개국 448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홍콩대(HKU, Hong Kong University)가 1위, 홍콩과학기술대(HKUST,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가 2위를 차지했다. 홍콩대와 홍콩과기대가 아시아 간판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10여 년간 활발히 진행된 학제 간 연구에 있다.

△홍콩대, 학제 간 연구 토대로 학생 간 공동프로젝트 수행…기초 학문 교육도 열심

홍콩대에서는 학부 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학제 간 연구를 장려하는 한편, 학제 간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기초 학문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홍콩대 융합디자인 프로젝트(IDDP, Interdisciplinary Design Project)는 서로 다른 학부의 학생들이 학제 간 연구를 통해 공동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2001년 2학기부터 시작됐다. 현재 융합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과는 건축학과, 기계공학과, 측량학과다.

각 학과에서 모인 학생들은 3~4명이 한 팀을 이룬다. 참여 학생들은 홍콩이나 마카오, 완차이 등에 건축물을 설계하고 이것을 시뮬레이션으로 완성해 발표하는 공동 작업을 1년 간 진행한다. 학기의 마지막 시간에는 각 팀이 과제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때 가장 성과가 좋은 팀에게는 1백5만원의 장학금이 수여된다.

이번 학기에는 ‘지속가능한 건설’을 주제로 홍콩, 주하이, 완차이를 연결하는 대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 샘 후이 교수(기계공학과)는 “IDDP는 학생들이 타 학부와의 교류를 통해 협동심, 토론 및 대화 능력, 융합적 지식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전형적인 강의 방식을 벗어나 토론과 발표를 중시하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올해 1학기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와이만(기계공학전공·4)씨는 “구륭반도의 문화적 지역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공학적인 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건축 구조, 설계의 관점에서도 문제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홍콩대는 학제 간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타 학부 학생들과의 교류를 장려하는 동시에 기초 학문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공통핵심과목(Common Core Program)을 설치했다. 기초 학문이 튼튼해야 학제 간 연구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홍콩과기대, 학제 간 학위 프로그램 토대로 문제해결능력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해
홍콩과기대는 학제가 어우러진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 이를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홍콩과기대는 2009년 다각도의 문제해결능력과 관점을 갖춘 혁신적인 졸업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IPO(Interdisciplinary Program Office)를 설립했다. IPO는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를 넘어 교육, 학습, 연구를 아우르는 대학 기구다.

IPO는 2003년 가을학기부터 도입된 복수 학위 프로그램(DDP, Dual Degree Progam)을 포함해 3개의 학제 간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DDP의 학제는 크게 공학과 경영으로 이뤄진다. DDP를 이수하는 학부생은 컴퓨터, 전자 등 9개 공대 학과 중 1개의 학과 및 경영학 학위를 동시에 이수한다. 공학과 경영을 융합한 수업도 있다. 기술적 혁신 관리, 연구 개발 경영 등이다. 홍콩 대학들이 3년제인데 비해, DDP는 4년제(총 이수학점이 137~155학점)로 운영된다.

DDP 공동책임자 치밍찬 교수(화학·생체분자 공학)는 “DDP 졸업생들은 공학, 금융, 경영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며 “직업 선택에 있어서 폭이 넓을 뿐 아니라 연봉 또한 타 학과 졸업생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7월 대학 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DP 졸업생의 평균 연봉은 $24,839로, 홍콩과기대 졸업생 평균 연봉이 $13,604인데 비해 1.8배 높은 수치다.

치밍찬 교수는 “DDP 졸업생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스민(물류관리공학·일반경영관리·3)씨는 “공학 분야는 수학적 계산, 개념의 이해 등을 파고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학을 함께 배움으로써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설득시키는 능력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IPO 내 또 다른 학제 간 학위프로그램으로는 올해 가을학기에 개설된 환경 관리 및 기술(EVMT, Environmental Management and Technology)이 있다. 크게 경영, 공학, 과학, 사회 과학·인류학 4개의 학제로 이뤄진다. 전공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진은 약20명으로, 사회과학, 환경학, 생물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과의 교수들이 포진돼 있다.

알렉시스 교수(환경 분과)는 “학생들은 EVMT를 다니면서 환경학, 기술공학, 경영 등 다양한 배경지식을 배울 수 있다”며 “학생들이 졸업 후 다양한 분야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펀(EVMT·1)씨는 “지원자는 천명에 달했지만, 합격자는 28명에 불과해 학과의 높은 경쟁률을 느낄 수 있었다”며 “환경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콩과기대 김성훈 교수(컴퓨터공학과)는 “홍콩과기대는 서로 다른 학과의 교수들도 활발하게 소통하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인재상에 대해“학제 간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접한 학생들이 미래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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